라면-치킨까지… 얼얼한 매운맛 ‘마라’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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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쓰촨지방의 전통 매운 향신료
최근 SNS 바람 타고 뜨거운 인기… ‘마세권-혈중마라농도’ 신조어도
마라 요리 전문점 급속히 늘고… 식품업체도 신제품 개발 급가속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 입점한 ‘왕푸징 마라탕’ 매장에 손님들이 줄 서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 입점한 ‘왕푸징 마라탕’ 매장에 손님들이 줄 서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마세권(마라 요리점이 많은 곳을 역세권에 빗댄 것)에서 마라탕 먹고 혈중마라농도 충전완료.’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향신료인 ‘마라’가 그야말로 핫하다. 인스타그램에서 ‘마라탕’ 키워드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7일 현재 24만5000개에 달한다. 마라의 매운맛을 그대로 보여주듯 새빨간 음식 사진들이 화면에 가득했다. 유튜브에는 마라샹궈, 마라탕 등 마라 요리 관련 영상이 거의 매일 업로드되고 있다. ‘마세권’ ‘혈중마라농도’ 같은 신조어까지 생겼다.

중국의 매운맛 ‘마라’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쓰촨 지방 향신료다. 저릴 마(麻), 매울 랄(辣). ‘혀가 저릴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라는 뜻이다. 마라는 고추기름에 화자오(花椒)를 섞은 것으로 맵고 알싸한 맛이 특징이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나 사용하던 향신료였지만 지금은 중국 전역에서 마라를 활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동이나 중국음식 거리가 있는 건국대 입구 근처에서 볼 수 있었던 마라 요리 전문점이 최근 들어 서울시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 식품관에 마라탕 전문 브랜드 ‘왕푸징 마라탕’을 선보인 이후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크게 늘면서 최근 매장을 5곳까지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점포별로 하루 평균 200∼4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매출은 목표 대비 이미 30∼50%를 초과 달성했다.

마라가 
인기를 끌자 한국야쿠르트의 ‘누룽지마라두부 키트’(왼쪽 사진)와 풀무원의 ‘포기하지 마라탕면’(오른쪽 사진) 등 식품 업계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각 업체 제공
마라가 인기를 끌자 한국야쿠르트의 ‘누룽지마라두부 키트’(왼쪽 사진)와 풀무원의 ‘포기하지 마라탕면’(오른쪽 사진) 등 식품 업계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각 업체 제공
알싸한 매운맛의 마라가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체도 마라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굽네치킨이 마라치킨을 선보인 데 이어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도 마라닭발, 마라볶음면 등 마라를 섞은 제품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반(半)조리상품인 밀키트 제품에도 마라가 등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중식 전문 셰프인 정지선 씨와 함께 ‘누룽지마라두부 키트’를 출시했다. 풀무원의 ‘포기하지 마라탕면’처럼 이름에 재미를 더한 마라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라 열풍은 새로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기존의 매운 요리들은 익숙한 매운맛인 반면 마라는 혀와 입술이 얼얼하면서 천천히 매운맛이 느껴진다”면서 “매운맛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마라의 매운맛이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인구와 외국 요리 전문점이 늘면서 우리와 다른 스타일의 외국 음식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진 것도 마라 열풍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먹방(먹는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마라 요리가 여러 차례 소개된 것도 힘을 보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라를 활용한 요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매운맛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라며 “당분간 마라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마라 요리#마세권#왕푸징 마라탕#한국야쿠르트#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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