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일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오피스빌런 7대 유형

  • 주간동아
  • 입력 2019년 3월 9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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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는 일하면 안 될까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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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5년 차인 문모(32) 씨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어렵게 잡은 직장이고, 일도 보람찼다.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없게 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의 상사는 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았고, 모든 일을 문씨에게 일임했다. 책임도 문씨의 몫이었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었고 찬사는 상사, 문책은 문씨의 차지였다.

6개월간 업무 독박 끝에 문씨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문씨는 논공행상의 자리에 끼지 못했다. 상사가 문씨의 이름을 빼버리고 보고했기 때문. 그는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한 것은 회사의 방침이다. 상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어떤 문책도 없었다. 부서 이동도 없었다. 더는 그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어 회사를 나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씨의 예처럼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상사나 동료 때문에 화가 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16년 직장인 회원 5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3%가 ‘직장 상사나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는 꼰대인 상사가 아니다. 오히려 태업 등으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동료가 문제라는 직장인이 많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가장 비호감인 동료 유형 중 1위는 ‘말이 잘 안 통하는 동료’(25.7%)였고, ‘남의 험담을 하는 동료’(20.1%),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동료’(15.6%), ‘게으름을 피우는 동료’(13.8%)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일하러 모인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오피스빌런’이라고 부른다. 사무실(Office)과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빌런(Villan)을 합친 말이다. 오피스빌런은 꼰대와 같은 듯 다르다. 꼰대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단순히 어린 부하 직원이라는 이유로 상사인 자신이 내뱉는 폭언과 무례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자세가 꼰대의 시작. 한편 오피스빌런은 태도가 아닌 업무에서 출발한다. 태업이나 업무 이외의 일로 주변을 힘들게 해 성과도 떨어진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 사람만 없어도 성과가 더 날 텐데’ ‘이 사람만 없어도 똘똘한 신입사원을 몇 명 더 뽑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찾았다. 그가 오피스빌런이다. 만일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신의 행실을 반추해보자. 내가 그 오피스빌런일 수 있다. ‘주간동아’가 2월 25일~3월 5일 9일간 직장인 30여 명을 만나 7가지 유형의 오피스빌런에 대해 들었다.

#1 제갈공명 빌런

제갈공명 (왼쪽) [동아DB, shutterstock]
제갈공명 (왼쪽) [동아DB, shutterstock]
과유불급. 회사 일인 만큼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과도한 신중함은 오히려 일 진행을 막는다. 신중함을 가장한 태업이나 폭언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광고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상사와 후배 때문에 당장이라도 퇴사하고 싶다. 김씨는 동료들에게 직속 상사와 후배를 ‘제갈공명’이라고 소개한다. 명칭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직장 동료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삼고초려’에서 따온 별명으로, 후배는 뭐든 세 번 지시해야 업무를 해온다. 후배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깜빡 잊었습니다” “제가요?”다.

상사도 꼭 3번 이상 말해야 일의 진행을 허가해준다. 그는 “처음에는 상사도 후배처럼 결재를 잊어 문제가 생긴 것인가 싶어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매번 다양한 핑계를 대며 결재를 미뤘다”고 밝혔다. 기획안이 문제인 경우 다시 쓰라고 지시하면 될 텐데, 김씨의 상사는 기획안을 문제 삼지도 않았다. 결재를 미루는 이유는 돈이었다. 비용 집행을 해야 하는데 상부 눈치를 보느라 망설이는 것. 김씨는 “매일 자리에 앉아 일은 안 하고 결재만 기다리고 있으니 답답했다. 차라리 비용 관련 설명을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그제야 단숨에 결재가 떨어졌다. 그때 이 사람이 책임을 피하고 싶어 결재를 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예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역회사에 다니는 정모(26·여) 씨가 지난해까지 가장 무서워하던 상사도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 결재를 올리면 퇴근할 때쯤 책상에 서류를 집어던지며 다시 해오라는 식이었다. 정씨는 “처음에는 내가 일을 잘 못해 혼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또 두 번째 서류마저 폭언과 함께 반려되자 정씨는 기약 없이 야근을 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실수로 처음 만들었던 서류를 그대로 올리고 퇴근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정씨는 벌벌 떨며 출근했지만 상사는 별말 없이 서류를 통과시켰다.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상사는 회식자리에서 “한 번에 통과시키면 기고만장할 것 같아 그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 신데렐라 빌런

신데렐라 (오른쪽) [shutterstock]
신데렐라 (오른쪽) [shutterstock]
주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게 됐다지만, 아직도 집까지 일을 가져가는 직원이 허다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퇴근 후에도 업무 처리를 고민하거나 압박감에 시달리는 응답자가 70.4%에 달했다. 퇴근 후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44.4%·복수응답), ‘업무 실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재차 확인해서’(30.7%), ‘일을 다 못 끝내고 밀릴 때가 많아서’(29.5%)였다.

하지만 퇴근시간만 되면 일을 다 끝마치지 않은 상태라도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회사원 박모(28) 씨의 동기는 별명이 ‘신데렐라’다. 퇴근시간만 되면 변신이 풀리는 신데렐라라도 되는 양 빠르게 사라진다. 맡은 일을 다 해놓고 가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덕분에 남은 일은 그대로 팀원들의 몫. 박씨는 “무역회사라 매시간 급박한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그 동기는 주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신데렐라의 귀가를 막는 상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한 상사가 퇴근하려는 신데렐라에게 말을 걸었다. 질책은 아니었다. 일이 많으니 조금만 더 도와주고 가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었다.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는 “일이 일찍 끝난 날에는 일찍 보내주신 적 없잖아요”라고 말한 뒤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 결국 박씨의 상사와 동료는 날짜가 바뀌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귀가를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다.

#3 다크템플러 빌런

다크템플러 [동아DB]
다크템플러 [동아DB]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늘 자리를 비우는 사람도 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유닛 가운데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다크템플러’와 같다. 이들의 은폐술은 대단하다. 쉽게 찾아낼 수 없고, 결정적 순간에는 꼭 등장해 이들이 숨어 있는 동안에도 업무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누군가 대신 맡게 된다.

4년 차 직장인 양모(30) 씨는 요즘 본인의 직무가 헷갈린다. 분명히 기획팀에 배속됐지만 하는 업무는 팀장의 비서인 것 같다. 아침부터 팀장은 보이지 않는다. 갈아 신은 구두와 가방만이 그가 출근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전 내내 팀장 자리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건 양씨의 몫이다. 점심시간이 다 될 때쯤 팀장은 자리로 돌아온다. 양씨는 팀장에게 아침에 걸려온 전화 내용과 메모해둔 것을 전달한다. 팀장은 고맙다며 다시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그러고는 또 감감무소식이다. 양씨는 “내 업무도 바쁜데, 팀장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부 메모하고 팀장이 안 들어오면 직접 확인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자리에 없어 결재가 늦으니 업무는 계속 지연된다. 마음 같아선 사비로 사설탐정을 고용해 하루 종일 팀장이 뭘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4 포켓몬 트레이너 빌런

포켓몬스터 [출처 · 유튜브]
포켓몬스터 [출처 · 유튜브]
직장인 오모(32·여) 씨는 요즘 동기인 A씨의 행실이 걱정된다. 지난해 6월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자신의 일을 전부 떠넘기고 있기 때문. 만들어야 할 보도자료 관련 조사는 신입사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이것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한 뒤 회의에 가져간다. 상사가 직접 확인하라고 지시한 업무도 마찬가지. 신입사원들이 야근을 불사해가며 대신 해온다. 당연히 A씨는 본인의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지난달에는 사업기획안을 들고 왔다. 오씨는 “보통 사업기획안은 팀을 짜 준비하고, 기획안에 팀원의 이름이 전부 들어간다. 하지만 A씨의 기획안에는 함께 기획안을 준비한 신입사원들의 이름이 다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기를 찾아가 추후 신입사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A씨는 업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하며 대답했다.

“이것도 다 일 가르치는 과정이야. 우리가 신입사원일 때는 이보다 더한 부조리도 많았잖아. 지금 내가 결혼 준비로 바빠 좀 과하게 일을 맡긴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번 분기만 지나면 다시 열심히 업무에 참여할 테니 신경 쓰지 마.”

오씨와 동료들이 A에게 붙인 별명은 ‘포켓몬 트레이너’.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트레이너는 대결이 벌어지면 각자 자신이 기르는 포켓몬을 내보낸다. 포켓몬이 트레이너를 대신해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승리의 영광은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나눠 가져야 하겠지만 승리 보상은 전부 트레이너의 몫이다.

이처럼 책임이나 업무를 떠넘기는 동료가 보기 좋을 리 없다. 취업검색엔진 잡서치가 2015년 12월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직장 동료 유형’으로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하거나 떠넘기는 ‘책임회피형’이 응답자 25.5%의 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5 흥선대원군 빌런

흥선대원군 (왼쪽) [뉴시스, shutterstock]
흥선대원군 (왼쪽) [뉴시스, shutterstock]
대다수 사무실에 개인용컴퓨터가 도입된 지 30년이 다 돼간다. 그러나 여전히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알음알음이라도 흉내는 내게 된다. 업무를 맡은 지 오래됐다면 수족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구한말 척화비를 세운 흥선대원군처럼 새로운 기술의 습득을 배척하고 등한시하는 사람도 있다.

공직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임모(30·여) 씨는 올해 새로 온 팀장의 지시에 아연했다. 자신이 회의 때 발표할 자료라며 임씨에게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달라고 지시한 것.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문제는 표였다. 워드프로세서로 깔끔하게 정리된 문서 가운데 단 한 장만 수기로 작성돼 있었다. 워드프로세서에서 표를 그릴 줄 모르는 팀장이 손으로 표를 그려 넣은 것이다. 임씨는 “이렇게까지 워드프로세서에 서툰 직장인은 예능프로그램이나 시트콤에만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팀장의 서툰 컴퓨터 활용 능력 때문에 업무가 지연된다는 사실이 윗선에 알려졌고, 결국 임씨는 팀장에게 틈틈이 워드프로세서를 가르치게 됐다. 지난달 또 사건이 터졌다. 일을 하던 팀장이 임씨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팀장은 임씨가 자신의 컴퓨터를 만진 뒤 고장이 났다며 길길이 뛰었다. 아침까지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이 됐는데, 임씨가 다녀간 뒤 전 사이트에 로그인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일을 수습하러 팀장 자리로 가 키보드를 본 순간 임씨는 왜 로그인이 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Caps Lock’ 키에 불이 들어와 있었던 것. 그는 “가르쳐드리면서 이 키를 누르면 대문자로 고정된다고 분명히 설명했는데 그걸 끄지 않아 사달이 났다. 한마디 쏴붙이고 싶었지만 일이 커질까 싶어 그냥 몰래 ‘Caps Lock’을 다시 눌렀다”고 밝혔다. 그러자 팀장은 “이상하다. 내가 할 때는 안 됐는데”를 반복하며 임씨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6 아따아따 빌런

아따아따 [출처 · 유튜브]
아따아따 [출처 · 유튜브]
답답한 상사만큼이나 부담스러운 부하 직원도 문제다. 특히 능력에 비해 욕심이 크다면 더 피곤해진다. 인기 애니메이션 ‘아따아따’에 나오는 애처럼 떼라도 쓰기 시작하면 난감함은 배가된다.

10년 차 직장인 백모(38) 씨는 부하 직원 B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초 본인이 성과를 못 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며 백씨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 성과가 낮은 이유는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이 힘들면 맡으려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낸 동기에 비해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동기인 C씨만 승진 대상에 오르자 B씨는 “차별이다.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백씨는 어차피 회사도 B씨의 낮은 실적을 알고 있으니 별일 없겠다는 생각에 B씨의 협박을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B씨의 투쟁은 3개월간 계속됐다. 결국 회사가 두 손을 들었다. B씨를 재고관리팀으로 보낸 뒤 승진을 시켜준 것. 하지만 B씨 사전에는 만족이 없었다. 회사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않고 주변의 시기로 좌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의 무기는 사직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 바에야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백씨는 “사장님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저런 사람은 내보내도 또 문제가 되니 웬만하면 내 팀에 품어달라고 부탁해왔다. 하지만 저렇게 실적과는 상관없이 승진하고 원하는 자리에도 앉는 사람을 보면 동료는 물론, 후배들의 사기까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7 파워레인저 빌런

파워레인저 [뉴시스]
파워레인저 [뉴시스]
일하러 모인 회사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조직인 만큼, 그 안에서도 구성원에 대한 좋고 싫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업무시간에는 이를 티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보던 전대물처럼 꼭 편을 갈라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입사한 지 만 1년이 된 새내기 직장인 장모(27) 씨는 눈칫밥에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장씨의 부서에는 2명의 사이 나쁜 상사가 있다. 각자 파벌을 이룬 이들이 장씨 편입에 나선 것. 올해 초부터 틈만 나면 장씨 옆에서 반대 파벌 상사의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장씨의 꿈은 부서의 중립국으로 남는 것이지만, 힘이 없는 중립국은 식민지와 다르지 않았다. 어떤 파벌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한 달이 지나자 은근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장씨가 아끼는 필기구를 몰래 버리거나, 커피를 들고 지나가는 장씨를 실수를 가장해 툭툭 건드렸다. 커피를 쏟게 되면 “미안해. 기분 상한 거 아니지?”라며 힐끗 보고 지나가기도 했다.

장씨는 “남중, 남고, 군대, 공대출신이라 그런지 눈치가 없다. 은근한 편 가르기를 눈치 채지 못해 요즘은 아예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신입사원이 정신상태가 나약하다는 얘기를 들을까 두려워 가끔 지인들과 술을 마실 때 힘든 일을 털어놓는다”고 밝혔다.

오피스빌런을 물리치는 히어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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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문화, 권위적 상사, 폭언을 퍼붓는 상사 등에 대한 대응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빌런이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찾기 힘들다. 그 형태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

각종 연구에서는 오피스빌런과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가까이 하지 않으면 그만큼 영향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후스만 수석분석원은 2014~2015년 2년간 회사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불쾌한 행동은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불쾌한 행동을 하는 근로자 근처에서 일하면 똑같은 행동을 보일 확률이 1.5배 늘어나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도 2배 이상 높아졌다.

항상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행동이 다른 동료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보거나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3%는 ‘직접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목격한 적이 있다’는 대답은 80%였다. 하지만 ‘자신이 가해자가 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7.1%에 불과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동료나 상사, 후배를 괴롭히는 직장인이 많지만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회사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제대로 일하지 않고 주변에 피해만 주는 임직원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큰 손해이기 때문. 신유형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론상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상벌체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태업과 업무 방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인원을) 골라내기 어렵다. 따라서 평가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보통 성과에 따라 평가를 매기는데 이 성과를 어떻게 이뤘는지 그 과정까지 봐야 한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정을 보는 것이 어렵다면 팀 평가를 이용하면 된다. 팀 단위로 성과를 평가한 뒤 동료들에게 기여도를 평가하게 하는 방식이다. 무임승차자를 찾아내기 수월하고, 동료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9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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