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댄’, 사회적 기업의 美진출 물꼬 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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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폐가죽 재활용해 가방 등 제작… LA 쇼핑몰 2곳에 점포 열기로
SK-공공기관의 후원 큰 힘

김동연-최태원-BTS도 산 가방 올 3월 SK그룹 본사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가방을 건네받고 있다. SK 제공
김동연-최태원-BTS도 산 가방 올 3월 SK그룹 본사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가방을 건네받고 있다. SK 제공
버려지는 자동차 시트용 가죽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국내 사회적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직원 20여 명의 작은 기업이 설립 3년 만에 미국 현지 시장에 점포를 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과 뷰나파크 등 2곳의 쇼핑몰에 모어댄 브랜드 ‘컨티뉴(continew)’의 출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6월 최 대표가 설립한 모어댄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가죽이나 폐차에서 수거한 천연 가죽을 재활용해 가방과 지갑, 액세서리 등을 제작한다. 양질의 원자재를 무료로 조달하는 덕분에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서도 그동안 재활용할 길이 없어 연간 400만 t이 버려지던 가죽 폐기물을 줄여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SK이노베이션은 모어댄에 초기 자본금 1억 원을 지원하고 홍보와 마케팅, 판로 개척을 꾸준히 돕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지속 가능 발전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회사의 가방을 직접 들고 설명해 주목을 받았다. 3월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SK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방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과 레드벨벳의 예리 등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빠르게 진출하는 데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JDC가 운영하는 제주면세점에 입점한 덕을 봤다. 최 대표는 “올해 8월 제주면세점에 입점하자 유통업계의 평가도 달라졌다”며 “유통업계에선 면세점 입점을 품질이나 판매 가능성의 바로미터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의 제주면세점 점포는 롱샴, 닥스 등 쟁쟁한 기성 브랜드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JDC 입장에선 금싸라기 같은 공간을 수익이 보장된 명품 브랜드 대신 사회적 기업에 내준 것이다. 컨티뉴는 제주면세점 입점 첫 달 5000만 원, 최근에는 월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사회적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욱수 JDC 면세사업단장은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도 했지만 제품 자체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며 “단순히 사회적 기업 지원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식의 지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모어댄#사회적 기업#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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