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신용대출 사상 첫 10조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5월 잔액 10조2849억원… 3년 전보다 4조6000억 늘어나
저신용-저소득자 비중 절반 넘어
美금리인상-경기침체 겹칠 땐 가계부채 ‘부실 뇌관’ 우려 커져

서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금리 상승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연 20%대 안팎의 고금리 대출이 몰려 있는 저축은행 신용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질’을 관리하고 서민층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저축은행 신용대출 10조 원 돌파

19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제2금융권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52조1734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765억 원(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10조2849억 원으로 올 들어서만 8112억 원(8.6%) 급증했다. 3년 전인 2015년 5월 말과 비교하면 4조6000억 원 가까이(80.6%) 급증한 규모다. 카드·캐피털 등 여신금융 전문회사의 신용대출 잔액도 8조9306억 원으로 올 들어 5개월간 8086억 원(10.0%) 불어났다.

제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1∼5월 기준)을 부문별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역 농·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만 지난해 9698억 원에서 올해 6910억 원으로 줄었을 뿐 저축은행(3405억 원→8112억 원), 카드·캐피털(6106억 원→8086억 원) 모두 늘었다.

문제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빠른 속도로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 저축은행에 취약계층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저축은행 대출자 가운데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50.2%에 이른다. 연소득 30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의 비중도 58.4%나 된다.

또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올 1분기(1∼3월) 기준 평균 연 20.63%로 제2금융권에서도 높은 편이다. 반면 상호금융권 대출 금리는 평균 연 5.0% 수준에 불과하다.

○ “대출총량 무조건 죄면 저신용자부터 타격”

미국이 올 하반기(7∼12월)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가 뛰고 있어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취약계층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되면 취약계층부터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연체율은 뛰고 있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은 6.7%로 지난해 말보다 0.6%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 금리도 높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의 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면 저축은행들이 오히려 우량 고객에게만 집중해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을 규제하면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 사회적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취약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복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하반기 저축은행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면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저축은행#신용대출#사상 첫 1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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