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코리아 프리미엄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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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후 한반도 훈풍… 재계, 조심스러운 기대감

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다. 사진은 2013년 개성공단의 모습. 동아일보DB
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다. 사진은 2013년 개성공단의 모습. 동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까지는 국제 제재 완화라는 큰 장애물을 건너야 하겠지만 이번 회담에서 예상을 넘어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향후 긴장 완화와 협력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대북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란 큰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마침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현재까진 순조롭게 보이고,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협력과 발전 방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가장 크게 반기는 곳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다. 이들은 판문점 선언이 “기대 이상”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재 한껏 고무돼 있다. 협회에서 다음 달에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가동이 재개된다면 업체별로 다르겠지만 두 달 정도 후 개성공단 곳곳에서 기계 소리가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 중 대다수도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3, 4월 공동 실시한 ‘개성공단 기업 최근 경영상황 조사’ 결과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중 응답한 101곳의 96.0%가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98%는 “현 정부 임기 내 공단 재가동을 예상”했다. 신 회장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정부가 보험이나 신변 안전 문제 등 기존에 불분명했던 제도도 보완해 실패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7대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권(철도, 통신, 전력, 금강산 수자원 등)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 및 현대그룹 측은 이미 경제협력 재개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현대아산 측은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새로운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날이 꼭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때 새로운 비전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이후 2015년까지는 매년 두 차례씩 금강산을 찾아 시설 점검 등을 벌여왔다. 현대아산 측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방북을 위해 북한 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란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자원, 식품, 통신 등 각 분야 관련 기업들도 새 성장 사업을 찾기 위한 구체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식품 업계는 ‘한반도 훈풍’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초코파이, 믹스커피 등 북한 인기 상품이 부활할 수 있고, 바닷길이 열릴 경우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동서식품 커피믹스는 개성공단 근로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2015년부터 중국 옌볜 백두산 기슭에서 생수 백산수를 생산하고 있는 농심은 중국 다롄(大連)항을 통한 물류를 북한 나진항으로 바꾸면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수년간 급격히 늘어난 대북 제재안 등을 감안할 때 상황 변화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 과정에서 남북한이 주체적으로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진행할 수 있는 주도권이 상당히 약해져 버렸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개성공단에 참여하는 경공업 중소·중견기업과 달리 주요 대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다.

실제로 11년 새 북한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한층 구체적으로 강화됐다. 더 이상 경제협력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대북 제재 패키지법’이란 이름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안과 별도로 독자 제재안을 마련해 대북 압박을 확대했다.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중국 다롄·단둥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항 등 지정 항구 주기적 감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유럽연합(EU)도 2010년 무기나 정유 등 제한적으로 금지했던 대북 투자를 전 분야로 확대하고, 원유의 대북 수출도 금지시켰다.

국내 주요 기업에 소속된 한 북한 관련 전문가는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구체적 경협 방안이 아니라 10·4선언의 이행이란 문구에 그친 것도 국제사회의 지지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산업1·2부 종합
#판문점 선언#한반도#재계#기대감#코리아 디스카운트#프리미엄#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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