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풀려야 남북경협 실행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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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훈풍에도 아직 ‘먼 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지만 남북이 본격적인 경제협력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개가 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남북이 선언적인 합의를 했다고 해도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계는 5, 6월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경협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질적 경협까지는 여전히 먼 길

판문점 선언에서 경협과 관련된 내용만 추려보면 “10·4선언 당시 합의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수준뿐이다. 10·4선언 당시 △황해도 해주 경제특구 개발 △백두산 관광 시작 △남북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발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들은 4·27남북정상회담에 남북 경협이 정식 논의 안건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대북 제재’로 꼽았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유엔이 대북 인도 지원까지 막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정식 의제로 신규 남북경협 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웠다”며 “정부 차원의 경협안도 유엔 제재가 풀린 이후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으로부터 금융거래, 무기 수출입, 선박 왕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는 원유 공급 동결 안건까지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협안을 제시할 경우 “홀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대북 제재가 풀리면 이번에 합의한 대로 기존 경협 사업을 재추진하고, 신규 사업에 착수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관가에서는 이 경우 2007년과 마찬가지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등의 조직을 다시 발족해 경협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추위는 부총리급 독립위원회였다.

○ 백두산 관광 재추진 가능성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이 2007년 10·4선언 때 합의한 경협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추진하기로 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해주경제특구 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남북은 당시 황해도 해주에 제조, 물류, 수출 복합 특별경제구역을 만들어 인천국제공항, 개성공항을 잇는 남북 간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 특구를 만들기로 했다.

산업합작 측면에서는 북한 강원도 안변군, 평안남도 남포시 등에 남북 조선협력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이 중국 대신 인건비가 싼 북한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 경기 침체로 11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국제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한다는 내용도 2007년 10·4선언에 담겼다. 증권가에서는 철도 도로 등 남북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개성공단 확장 등을 제외하고도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해소가 남북경협의 전제조건인 만큼 북-미 회담이 중요하다”며 “우리 측 경의선, 동해선 공사의 재개 등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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