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피한 STX조선, 생존 과제는… “中 따돌릴 친환경 기술 확보해야”

  • 동아일보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이 제출한 노사 합의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은 진통 끝에 두 번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했다.

하지만 STX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조선 업황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정부가 STX조선의 구조조정 방안으로 주장하던 인력 감축을 포기하고 노조가 주장해온 무급 휴직, 임금 삭감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 내용을 받아들이면서 구조조정 원칙을 깼다는 비판도 나온다.

○ 법정관리는 피했지만 과제 산적

KDB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을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자구안이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감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향후 STX조선이 수주할 선박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하는 등 금융 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2년 내로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이와 함께 장 대표는 “영업의 모든 역량을 MR(중형)급 석유제품 운반선과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소형 가스선 수주에 투입해 회사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TX조선의 주력 선종 시장은 값싼 인건비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STX조선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차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환경규제에 맞춰 늘어나고 있는 친환경 선박 발주 물량과 중고선박 개조 수요를 공략해야 한다”며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이 파고들지 않은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견 해운사들이 STX조선 등 국내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권 압박으로 골든타임 놓친 구조조정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STX조선은 2008년 수주 잔량 세계 4위에 오르며 국내 조선업계 ‘빅 4’로 불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업황이 부진하자 시장 가격의 30% 이하로 저가 수주를 했다. 배를 지을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15억 달러 이상 들여 중국에 조선소를 짓고 유럽 크루즈선사를 사들이며 무리한 투자를 했다.

2013년 4월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시작했지만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곧 수주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믿고 회생 가능성과 산업 경쟁력보다 ‘일자리 유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보증채무 등을 선제적으로 끊어내려면 한시라도 빨리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고 했지만 지역구 정치인들의 거센 압박에 좌절됐다. 4조4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투입된 뒤엔 채권단도 물린 돈이 아까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STX조선은 결국 2016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정부의 대응이 긴밀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11월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채권단 실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따지겠다”며 컨설팅을 진행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 노사가 자구 시한인 이달 9일을 넘기자 “법정관리에 간다”고 해놓고선 하루 지나 제출한 자구안을 수용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노조 버티기를 용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채권단은 고정비 40% 감축을 위해 생산직 75%를 아웃소싱으로 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감원을 반대하며 끝까지 맞섰고 이런 노조의 요구가 자구안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정규직 지위를 고수하는 대신 5년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하겠다는 노조의 약속이 계획대로 시행될지 미지수다.

강유현 yhkang@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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