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같은 카드서비스 기대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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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첫 여성부사장 이인재 삼성카드 부사장

8일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에서 만난 이인재 부사장이 삼성카드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승진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첫 여성 부사장’이 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8일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에서 만난 이인재 부사장이 삼성카드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승진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첫 여성 부사장’이 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맥락이 같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혜택과 서비스로 이를 충족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은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8일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재 삼성카드 부사장(55)은 처음엔 긴장한 듯 보였지만 ‘디지털’에 대해 묻자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그는 지난달 디지털본부장(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카드 보험 화재 증권 등 삼성 금융 계열사 4곳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 부사장이다. 삼성카드의 ‘디지털 혁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삼성카드는 카드 업계에서도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디지털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았다.

○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는 내 도장이”

이 부사장은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여성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미국의 통신장비회사에서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다가 2003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카드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정보전략담당, 경영혁신실장, 디지털본부장 등을 거쳤다.

카드업계는 최근에서야 핀테크(기술 금융) 바람이 불면서 이공계 출신들을 뽑는 추세다. 이 부사장은 “지금도 적지만 예전에는 이공계 출신 여성이 정말 드물었다. 여성 IT 전문가라는 것이 어느새 나의 정체성이 됐고, 이를 잘 살려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전문가라는 칭찬을 어색해하면서도 “지나고 나서 보니 삼성카드의 디지털 서비스 관련 서류에는 모두 내 도장이 찍혀 있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삼성카드의 디지털 서비스는 대부분 이 부사장의 손을 거쳤다. 2016년 4월 삼성카드는 업계 최초로 고객이 24시간 365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같은 해 10월엔 종이 신청서를 태블릿PC로 전면 교체했다.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일이나 단축됐다. 삼성카드는 업계 최초로 자동차금융 시장(다이렉트 오토)에도 뛰어들었다.

삼성카드를 뒤따라 다른 카드사도 대부분 이 서비스들을 도입했다. 삼성카드는 카드모집인 대신에 고객이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직접 카드를 신청하는 비중이 다른 카드사보다 높다. 이 부사장은 “제휴업체를 늘리는 보여주기식의 서비스를 지양하고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찾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 “따뜻한 디지털 전문가”

이 부사장은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중에서도 ‘커뮤니티 서비스’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삼성카드는 2016년부터 출산·육아, 유아교육, 반려동물, 중장년층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순차적으로 개설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소통 공간’을 만든 것이다. 삼성카드 회원이 아니어도 이 커뮤니티들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출산·육아 커뮤니티인 ‘베이비스토리’는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가 5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부사장은 “기업과 사회가 디지털을 통해 어떤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내가 목표로 하는 ‘따뜻한 디지털’과 맞아떨어져 관심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이룬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여성 후배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그는 “내가 후배들의 모델이 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내가 제대로 못하면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생각이 나를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워킹맘’인 이 부사장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게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든든한 힘이 됐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이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을 구경시켜 줬더니 굉장히 놀라며 ‘엄마가 일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아이들에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킹맘 후배들을 위해 “아이들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힘을 내면 아이들도 힘을 내지 않을까 싶다”며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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