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코스닥, 혁신-벤처기업 활로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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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코스닥 활성화 방안’ 발표

850선도 거뜬히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 전광판에 852.51로 마감한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닥은 약 15년 8개월 만에 850 선을 돌파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50선도 거뜬히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 전광판에 852.51로 마감한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닥은 약 15년 8개월 만에 850 선을 돌파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르면 3월부터 개인투자자가 최대 3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코스닥 벤처 펀드’가 대폭 늘어난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을 코스닥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코스닥 종목 비중을 높인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도 나온다. 혁신·벤처 기업의 코스닥 상장 문턱도 크게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코스피의 ‘2부 리그’라는 꼬리표를 떼고 코스닥 시장을 미국의 나스닥, 일본의 자스닥처럼 벤처 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받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이날 코스닥지수는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850 선을 가뿐히 넘어섰다.

○ 코스닥 펀드 투자한 개인, 300만 원 소득공제

우선 개인투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코스닥 벤처 펀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펀드는 ‘재산의 50% 이상을 벤처 기업의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정이 있어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벤처 기업의 신주 15%나 코스닥 중소·중견 기업의 신·구주 35%에 투자하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1인당 펀드 투자금의 10%(최대 3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세율(6∼40%)에 따라 최대 18만∼120만 원의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관련 시행령 등을 정비하면 이르면 3월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 벤처 펀드가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됐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선물과 현물 가격 간 차이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된다. 아울러 다음 달 5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우량기업 300종목을 담은 ‘KRX300 지수’가 새로 나온다. 지수엔 코스닥 상장사 68개가 포함된다. 새 지수에 편입된 종목으로 연기금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증권 관련 기관들이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3000억 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 업 펀드’도 만든다.

○ 16년 만에 코스닥지수 850 돌파

비상장 기업의 코스닥 시장 진입 문턱도 낮췄다. 적자 기업이라도 혁신 기술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는 ‘테슬라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세전이익이나 시가총액, 자기자본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 요건’을 신설했다. 이번 상장 요건 개편에 따라 비상장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약 2800개 기업이 잠재적인 상장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대책에 따라 ‘제2의 벤처 붐’이 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1% 오른 852.5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850 선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 22일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300조 원을 돌파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시장 자금 유입 확대로 올해 1,000 선 돌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장 문턱을 낮춰 부실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많이 들어오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투자 가이드라인을 바꿔야 하는 연기금의 경우 투자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실기업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경우 4, 5년 뒤 코스닥 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코스닥#혁신기업#벤처기업#금융위#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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