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연상 단어로 社名 바꾼 美기업, 12월들어 주가 27배나 뛰어… 거래 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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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본격 규제에 팔걷어
로이터 “90년대 닷컴 버블 연상시켜”
佛재무 “내년 4월 G20서 제재논의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자 세계 각국 금융 당국이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들어 주가가 2700% 급등한 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거래를 정지시키며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SEC는 가상화폐 관련 기업 크립토 컴퍼니의 주식 거래를 내년 1월 3일까지 정지시켰다. SEC는 “크립토 컴퍼니 주식 거래와 관련한 정보의 정확성과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며 “지난달 회사의 주가 조작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와 관련 포트폴리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올해 10월 회사명을 크로에(Croe)에서 ‘암호화된’이라는 뜻의 크립토로 변경했다. 가상화폐(crypto-currency)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꾼 것. 이어 지난달에는 독일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의 지분을 매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10억 달러(약 11조1900억 원)에 육박한다.

미국 주식시장도 한국처럼 가상화폐와 관련돼 있다는 소문만으로 기업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크립토나 블록체인이 회사명에 들어간 기업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며 “1990년대 말 ‘닷컴’이 들어간 기업 주가가 폭등했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공동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마약 밀매와 테러 등에 이용될 수 있다”며 내년 4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비트코인 문제를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독일과 이탈리아 등도 르메르 장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172명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가 비트코인을 ‘가장 쏠림이 커 고평가된 자산’으로 꼽았다. 2위는 페이스북과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29%)이 차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가상화폐#비트코인#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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