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어도 쓸 사람 부족… 보건복지-공학전공 더 귀한 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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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인구가 줄어든 탓에 2020년부터 대학 입시 경쟁률이 0점대로 떨어지는 덕분이다. 입학이 쉬운 만큼 간판보다는 전공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19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16∼2026년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보면 10년 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시장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에 따른 유망 업종이 늘어난다고 한다. 취업자가 많이 늘어나는 유망 업종을 노리는 게 ‘좁은 문’을 통과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대학 정원 조정과 직업훈련 개편, 여성과 중장년의 재취업 활성화 등 노동시장 환경을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인문사회와 자연계열 등 순수학문을 전공한 청년들은 10년 뒤에도 여전히 취업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은 2026년(61.9%)까지 1.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지금 초등·중학생은 유망 업종 노려야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은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현실화된다. 고용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고등학교 졸업생이 39만7000명(2016년 기준 대학 정원은 52만 명)으로 역사상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으로는 그 이전부터 고교 졸업생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학력보다 전공이 더 중요해진다. 조 교수팀에 따르면 2026년 전국적 대입 경쟁률은 1을 밑돌지만 서울지역 대학의 입시 경쟁률은 5.34 대 1로 예측했다. 노동시장에서 인정받는 상위권 대학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거란 예상이다. 특히 취업률이 높고 미래가 유망한 전공은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초등학생이라도 지금부터 진로 설계를 세밀히 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10년 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까. 보건 관련 직종이나 전문과학기술, 유망 제조업 분야로 진출한다면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건 관련 업종은 앞으로 10년간 취업자가 55만9000명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보건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문과학(21만8000명)의 성장세도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문과학기술과 보건,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가 수요(73만 명)가 크게 늘어난다. 이런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보다 취업이 한층 수월하다는 의미다.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도 특화 업종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료정밀기기(3만2000명), 의약품(2만4000명), 전자(2만5000명) 등이 유망 업종으로 분류됐다. 식료품 제조업(4만 명)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업’은 4만1000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의복, 섬유 분야 취업자도 각각 3만1000명, 1만2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학교 교사는 학령인구 감소로 2만7000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대와 사범대 정원이 축소되지 않으면 ‘임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온 건설업(6만3000명), 금융보험업(2만2000명) 등도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인문사회·자연계열 10만 명 취업 못 해

고용부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로 20대 청년층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642만2000명에서 2026년 520만7000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고졸자는 노동시장의 구인 수요보다 113만 명이, 대졸자는 1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으로는 취업난이 완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전공이나 최종 학력 등에 따라 개인이 느낄 취업난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고용부는 2026년까지 인문사회계열 5만1000명과 자연계열 5만7000명 등 10만8000명은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실업자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계열은 현재도 취업이 어려워 정부가 ‘취업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10년 뒤에도 각 기업이 이런 계열의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공학(18만9000명)과 예체능(2만9000명), 교육(7000명), 의약(1000명) 전공은 앞으로 10년간 오히려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라면 인문사회계열보다는 이런 전공을 하는 게 취업에 유리한 셈이다.

또 취업이 목적이라면 앞으로 대학원이나 전문대 진학을 하지 않은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필요한 인력보다 대학원 졸업자는 30만 명, 전문대 졸업자는 55만 명이 노동시장에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전문대 및 대학원 졸업자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고급, 숙련 인력을 양성하도록 직업훈련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일자리#인력수급#보건복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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