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연계 10만명 10년 뒤에도 취업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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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세 생산인구 218만명 줄지만 전문대졸 이상 332만명 늘어나
고졸 인력은 10년간 113만명 부족… “수급 불균형 노동시장 대수술 필요”

2026년 12월 A 씨(63)는 첫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어렵게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몇 년째 실업자 신세다. 그동안 모아둔 돈과 퇴직금은 아파트 대출금을 갚느라 모두 써버렸다. A 씨는 아들이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계속 일할 생각이다. 2년 뒤부터 받을 연금으로는 생활비조차 대기 버겁기 때문이다.

A 씨의 아들 B 씨(29)는 인문학 전공자다. 높은 학점에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토익도 900점이 넘지만 몇 년째 취업에 실패했다. 10년 전만 해도 인문계열 졸업생이 어느 정도 취업이 됐다는데 이제는 인문계열 졸업자를 뽑는 공고 자체를 찾기 힘들다.

뿌리산업(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6개 기술 산업)에 속하는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C 씨(43)는 하루 10시간씩 혼자 일한다. 고졸 직원을 한 명 뽑고 싶지만 월급을 많이 주겠다고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특성화고에도 요즘 도금 기술을 배우는 학생이 없다고 한다.

10년 뒤 고령자와 청년층, 중소기업가들이 맞닥뜨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한국의 10년 뒤 노동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2016년 3648만5000명이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6년에 3430만2000명으로 218만 명가량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 인구는 같은 기간 332만 명 증가한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고졸 인력 113만 명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전체가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빠진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가 준다고 해서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10년간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인문사회계열(5만1000명)과 자연계열(5만7000명) 대학을 졸업한 청년 10만8000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으로 고용부는 내다봤다.

반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일자리인 공학 연구개발(5만8000명)과 전자부품 제조업(4만8000명), 반도체 제조업(4만3000명) 등은 취업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 정원 감축은 물론이고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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