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한국경제 성장세”… 돈줄 조일 적기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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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6년 5개월만에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를 올려도 한국 경제에 당분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서 찾을 수 있다.

내년에도 연 3%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연 2%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이 돈줄을 조일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는 회복세가 확대됐고 국내 경제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를 나타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3%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은 올 들어 3분기(7∼9월)까지 18.5% 증가했고 9월에는 사상 최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9월에는 소비, 설비투자와 생산이 일제히 한 달 전보다 늘어 15개월 만에 ‘트리플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 임금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를 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오를 조짐이 보이면 중앙은행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처방을 내리곤 한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돼 물가가 점차 안정 목표 수준(2%)에 근접할 것으로 판단하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1419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늘어나 가계에 부담을 줄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저축은행, 보험 등 금융권을 통틀어 연간 이자 부담이 2조314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계속 예고되면서 주요 시중 금융기관들이 이미 대출금리를 올린 만큼 추가 대출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특히 이자가 늘어나는 부담이 형편이 어려운 한계가구에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대기업, 수출기업 정도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 혜택은 못 받으면서 이자 부담만 커지는 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간 갚아야 하는 빚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고위험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 32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진 빚만 94조 원에 이른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심리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고 중국과 해빙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6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한은은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고금리를 보고 달러 자금이 유입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그만큼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 개선은 수출의 영향이 컸는데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강세가 심화될 수 있고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신중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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