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하반기 공채 시즌이 열렸다. 올 하반기 공채 시즌의 이슈는 단연 ‘블라인드 채용’이다. 실제 한 채용 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64.5%가 ‘블라인드 채용 확대’를 이번 공채의 최대 이슈로 꼽았다. 블라인드 채용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은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정보는 배제하고 이를 통해 구직자들의 직무 능력만을 명확히 파악, 채용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이름을 비롯한 불필요한 정보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폭넓게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 또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의의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77%, 인사담당자의 81%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우려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력 문제인데,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이들보다 노력한 결과임에도 이를 밝히지 못해 ‘역차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고학력 인재를 뽑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학력과 직무능력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해외 연구 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 아이오와대의 프랭크 슈밋 박사와 미시간 주립대의 존 헌터 박사가 1998년에 발표한 논문(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에 따르면 직무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업 시범 테스트(0.54)’이며, 구조화된 면접(0.51)과 IQ 같은 ‘일반정신능력 테스트’(0.51)로 나타났다. 그 외 ‘동료평가’(0.49)나 ‘직무능력시험’(0.48)도 직무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학력(학업기간)은 0.10, 나이의 경우 ―0.01로 직무능력과 거의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나 나이 등이 직무 능력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는 정형화된 스펙보다는 개인이 가진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채용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경우 인재채용에 있어 학점이나 학력 대신 리더십, 겸손, 협동, 적응력 등 개인이 가진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굳이 ‘정보’를 선별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정보를 막아 굳이 ‘깜깜이’ 채용을 하느니 구직자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 기업들이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정보 공개는 편견을 유발해 자칫 우수 인재를 놓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채용 과정에서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리고 그대신 직무능력만을 수면 위로 드러내 실력중심의 채용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무능력’이 중심이 되는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화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기업과 본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 구체적 직무연관성을 내세운 서류전형 준비, 기업별 맞춤형 면접 대비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