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코스닥… 체질은?

  • 동아일보

최근 코스닥 시장의 상장기업이 늘면서 시가총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덩치는 커진 데 비해 개별 종목들의 체력을 나타내는 지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상장사를 솎아내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여 코스닥 시장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종가 기준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231조7310억 원으로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코스피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가총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시장은 매년 덩치를 키워 왔다. 무엇보다 신규 상장기업이 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2012년 26개사로 줄었다가 2015년 122개사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42개사가 상장했다. 상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올해 7월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공모금액이 1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전까지는 6월 상장한 제일홀딩스가 4219억 원 규모로 1위였다. 14일 상장한 게임 개발업체 펄어비스까지 올해 상장한 기업 중 3개가 역대 상장 규모 10위권에 포함됐다.

코스닥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2014년 3조5500만 주에서 올해 상반기 7조6900만 주로 증가했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조달 금액도 2012년 6992억 원까지 줄었다가 지난해는 3조7093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커진 데 비해 지수는 게걸음을 걷고 있다. 18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8% 상승한 675.87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14.99% 늘어난 데 비해 지수는 7.04% 오르는 데 그쳤다. 박스권(1,800∼2,200)을 돌파한 뒤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벌여온 코스피와 달리 좀처럼 700 선을 뚫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벤처 열풍 당시 달성한 역대 최고치인 2,800 근처에도 가지 못한 수치다.

상장기업이 늘면서 코스닥 시장의 덩치는 커졌지만, 질적 성장은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들어 코스닥 1200여 개 종목 중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486개, 하락한 종목은 757개로 집계됐다(15일 종가 기준).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더 많았던 것이다. 퇴출되는 부실 상장사도 여전히 많다. 올해 들어서만 9개 기업이 오랜 기간 실적 부진이나 자본 전액 잠식 등의 이유로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는 보루네오와 넥솔론 두 곳만 상장 폐지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코스닥이 부실 상장사를 솎아내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끌어모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 시장이 그동안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코스피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을 위해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정보 제공을 활성화하고, 부실기업을 상장 때 걸러낼 수 있도록 인수 주관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코스닥#시가총액#상장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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