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10초-대출에 5분… 금융속도 바꾼 인터넷은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카카오뱅크 이틀새 47만명 가입

직장인 김무락 씨(35)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대학 동기들과 만나 식사를 함께한다. 동기 대부분이 미혼일 때만 해도 호기롭게 밥값이나 술값을 쏜다며 지갑을 여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지만 하나둘 결혼한 뒤로는 이런 ‘기분파’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1명이 대표로 계산하고 다음 날 인원수대로 금액을 나눠 계좌로 이체해 주는 ‘n분의 1’ 방법을 주로 쓴다.

이처럼 작은 돈이 오가는 ‘생활금융’은 일상 곳곳에 퍼져 있다. 불가피하게 직접 챙기지 못하는 경조사비를 대신 부탁할 때나 형제자매끼리 부모님을 위해 매달 조금씩 돈을 모을 때에도 돈은 숱하게 계좌 사이를 오간다.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 이어 27일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며 인터넷은행을 통한 ‘금융 일상’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8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오후 3시 현재 47만 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시중은행 전체에 개설된 비대면 계좌(15만5000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가입자들이 이틀간 카카오뱅크에 맡긴 돈은 1350억 원, 대출받은 돈은 920억 원이다.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도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만 40만 명이라 가입자 수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 가입자도 40만 명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편리함이다.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을 써도 은행 점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갈 필요는 없지만, 단돈 1000원을 보낼 때도 매번 공인인증서 로그인, 계좌 비밀번호 및 상대 계좌번호 입력, 보안카드 입력까지 거쳐야 한다. 이런 복잡함은 특히 중장년층이 모바일뱅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꼽혔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거래를 할 때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 필요가 없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돈을 받을 사람이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있다면 상대 이름만 입력해도 송금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약 4000만 명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전화, 문자, 메신저로 일일이 계좌번호를 묻고 답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금융활동 패턴뿐 아니라 금융, 소비 시장 전체가 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이 필요 없다 보니 10∼20초 안에 이체 등이 끝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뒤 기존 시중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해 보면 속도 경쟁력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앱을 이용해 카카오뱅크 계좌로 돈을 넣는 데는 약 2분이 걸린다. 반면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다시 시중은행 계좌로 이체할 땐 10초 남짓 소요된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데 고작 1∼5분이면 충분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쇼핑몰 등 이미 손바닥(스마트폰) 안 시장에 진출한 산업들이 모바일 금융과 융합해 다양한 신산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긴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일정 수준의 고객을 확보하면 상품을 다양화해 인터넷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만들어 시중은행의 고객층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카카오뱅크#인터넷은행#금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