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손잡은 안마의자 “세계를 주무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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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브랜드 라이선스 체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모티브로 만든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 ‘BF-290’의 디자인 실물 모형. 람보르기니의 가죽시트, 조명, 엔진효과음도 적용해 내년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다. 바디프랜드 제공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모티브로 만든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 ‘BF-290’의 디자인 실물 모형. 람보르기니의 가죽시트, 조명, 엔진효과음도 적용해 내년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다. 바디프랜드 제공
지난해 매출 3600억 원의 안마의자 기업 바디프랜드가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세계시장에 진출한다. 국제적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임에도 적극적인 협업 의지를 호소한 끝에 이뤄낸 결과다.

바디프랜드는 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녜세에 있는 람보르기니 본사에서 람보르기니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람보르기니가 국내 기업과 제품 출시를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디프랜드는 내년 상반기(1∼6월)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딴 안마의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기준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66%를 점유한 1위 브랜드.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해외 시장엔 진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라이선스 계약 체결식에 참여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42)는 “한국 시장에서는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기에 앞으론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고 싶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람보르기니와의 협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짝사랑 상대에서 협업하는 상대로

바디프랜드는 일찌감치 람보르기니의 이미지를 안마의자에 차용했다. ‘안마의자는 고령층이 쓰는 제품’이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최우선시한 전략이었다. 2년여 개발 끝에 지난해 5월 출시한 ‘렉스엘(REX-L)’이 람보르기니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다. 얇게 뺀 옆 라인이 날렵한 슈퍼카 느낌을 준다. 좌석에도 스웨이드(가공한 새끼 양이나 송아지 가죽)와 천연 가죽을 사용해 슈퍼카의 시트 느낌을 냈다.

하지만 단순히 람보르기니를 연상시킬 제품을 만드는 건 람보르기니에 대한 ‘짝사랑’에 불과했다. 직접 람보르기니의 디자인과 기술력을 차용해 안마의자를 개발해 보자는 의지가 생겼다. 바디프랜드는 협업으로 제품을 출시한다면 슈퍼카와 같이 고급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인지도를 빠르게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디프랜드 실무진이 지난해 무작정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본사를 찾아간 이유다.

최고급 슈퍼카 업체답게 람보르기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지도가 낮은 기업을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김택 바디프랜드 전략기획본부장은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수차례 찾아간 끝에 담당자를 만났다. 람보르기니 콘셉트를 적용한 안마의자의 실물 모형(Mock up)까지 만들 정도로 의지가 높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의 적극적인 태도에 람보르기니도 협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자전거, 의류 제품 등에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하고 있는 람보르기니 입장에서도 2조 원에 이르는 전 세계 안마의자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 바디프랜드가 높은 성장세에 있다는 점도 람보르기니가 주목한 부분 중 하나다. 창업 첫해인 2007년 27억 원이었던 바디프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3665억 원까지 커졌다.

계약 체결식에서 만난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바디프랜드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인상적이었다. 람보르기니의 기술과 디자인이 안마의자와 잘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두 브랜드가 함께 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업 논의는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람보르기니와의 첫 대면 이후 약 6개월 만에 두 회사의 대표가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번 계약으로 바디프랜드는 2021년 말까지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안마의자 제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 최고급 디자인의 안마의자로 세계시장 공략


람보르기니와의 협업으로 바디프랜드는 내년 상반기 신제품 ‘BF-290’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이엔드 기술이 집약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자동차와 안마의자는 부품과 소재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BF-290에는 아벤타도르의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가죽시트, 조명, 엔진효과음 등이 그대로 적용된다.

바디프랜드는 디자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 3년 차였던 2009년 회사에 남아있던 현금 1억 원을 모두 털어 디자인 컨설팅업체에 컨설팅을 받았을 정도다. 매출이 1000억 원대를 넘어간 후엔 곧바로 디자인연구소를 세웠다. 람보르기니와의 협업도 이런 경영 기조 덕에 나올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바디프랜드와 람보르기니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10년 내 최소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2020년 매출 1조 원과 5년 내 연간 100만 개 판매 달성이 목표다. 젊은 소비자를 더 끌어들여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산타가타 볼로녜세=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람보르기니#안마의자#바디프랜드#아벤타도르#bf-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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