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 털어낸 대우건설, 별동대 앞세워 빅게임 펼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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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사장 동아일보 인터뷰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을 털어내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실을 다지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을 털어내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실을 다지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빅배스(big bath·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대우건설의 ‘빅게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 검토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내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65)은 11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괴로웠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며 “조직과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해외 사업의 예상 손실도 미리 반영하면서 회사를 전면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신도시 등 수익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려 해외 사업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올해 1분기(1∼3월) 이후의 대우건설 실적을 지켜봐 달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 ‘역대 최대’ 사우디 신도시 윤곽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맺은 뒤 별다른 소식이 없던 사우디아라비아 ‘다히야트 알푸르산’ 신도시 사업도 최근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비만 최대 200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에 이르러 본계약이 체결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186억 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의 해외 건설 사업이 된다.

박 사장은 “다음 주 두바이에서 사우디 주택부 장관에게 마스터플랜과 실시설계, 공사수행계획 등을 브리핑할 계획”이라며 “주택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까지 건설하는 첨단 신도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추진하는 22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스타레이크’ 신도시 개발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빌라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데 이어 상업·호텔·복합용지를 분양 중”이라며 “베트남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 투자자, 국내 대기업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인도 타타그룹과 손잡고 인도 뭄바이 해상 교량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등 대우건설의 거점 시장인 아프리카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 선별 수주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열심히 일해서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미래를 대비하며 노는 것이 이익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 먹거리 찾아라… 별동대 꾸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대우건설의 국내외 현장을 모두 둘러봤다. 그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지만, 매각을 앞둔 회사로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대우건설의 장기 비전을 세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산업구조 개편, 금리 상승,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순 시공에만 의존할 순 없다”며 “전사와 사업본부별로 3년,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해 분기마다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먹을거리를 개발하기 위한 ‘별동대’도 꾸렸다. 박 사장은 “대리급 우수 인력 7명을 선발해 ‘챌린지팀’을 꾸리고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내 줬다”며 “우리 회사가 건설회사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2010년 이래로 7년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올해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경기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박 사장은 “수주를 위해 조합장을 만나러 갔더니 건설사 사장이 찾아온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장기적으로는 기획·금융·시행부터 분양 이후 임대·관리까지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 서비스 회사’로 변신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네트워크형 부동산 종합 서비스 예비 인증’을 건설업계 최초로 취득했다”며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토지주와 시공사가 함께 개발하는 지주 공동 사업 등 다양한 개발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체질 개선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매각 작업도 순조로울 것으로 박 사장은 예상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은 원전 침매(沈埋·육상에서 제작한 구조물을 물속에 가라앉혀 연결하는 토목공법) 터널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등 잠재력이 높다”며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고 올해부터 수익성이 개선되면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별동대#박창민#사장#대우건설#빅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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