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현대상선 일감 따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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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원유 운반선 5척 건조
조선 3사 CEO 이례적 긴급회동… 단합 강조… 수주전 갈등 봉합나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로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에서 발주한 일감을 따냈다. 모처럼 나온 한국 선사의 대형 발주를 둘러싸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9일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발주를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7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우조선이 따낸 VLCC는 30만 t급 이상 5척이다. 향후 해운업황에 따라 5척을 추가 발주한다는 옵션 조항도 들어 있다. 본계약은 7월쯤 체결될 예정이다.

최근 VLCC 선가가 척당 8000만 달러(약 890억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은 옵션을 제외하더라도 4억 달러(약 4450억 원)가 넘는 대규모 일감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한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발주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조선 3사는 지난달 22일 현대상선에 모두 입찰 제안서를 내고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전북 군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물량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배정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군산조선소는 일감이 떨어져 6월 안에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결국 대우조선이 일감을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은 최대 주주가 KDB산업은행으로 같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 등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에 낭보가 절실한 만큼 아무래도 시기를 앞당겨 ‘밀어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현대상선은 이례적으로 평가 기준까지 공개했다. 현대상선은 △대상 선형 이행 실적 및 프로젝트 이행 능력 △기술 역량 △가격 △운영비용 경쟁 요소 등 4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했고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한국 조선사끼리 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저가 수주’ 논쟁까지 불거지자 조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현대상선-대우조선 계약 체결 당일 저녁 서울시내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가졌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모여 상호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수주 불황이 길어지면서 저가 수주나 불공정 거래 등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에 조선 3사 사장들이 공감하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솔선수범하기로 결의했다고 협회는 전했다.

강환구 협회장은 “시황 회복이 느리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형 조선 3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며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대우조선#현대상선#원유 운반선#건조#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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