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6차산업인으로 선정된 한임섭 한국애플리즈 대표가 직접 만든 사과와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흔히 와인이라고 하면 포도를 재료로 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을 깨고 사과와 옹기를 이용한 제조법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농업인이 있다. 경북 의성군에서 사과농장 ‘한국애플리즈’를 운영하며 옹기 사과와인을 만드는 한임섭 대표(64)다.
한 대표의 농장은 300여 개의 옹기 항아리로 가득 차 있다. 농장에서 생산한 사과를 와인으로 만들기 위해 발효시키는 항아리들이다. 이 농장에서는 경북 의성의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한국 전통 옹기 항아리에서 7년간 숙성시킨 ‘주지몽’ 등 6종의 와인이 생산된다.
한 대표가 사과에 처음 주목한 것은 1976년. 그는 프랑스 몽블랑 지방을 방문했다가 지역 특산물인 사과브랜디와 사과와인을 접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귀국한 뒤 곧바로 사과가 유명한 경북에 자리를 잡고 1999년 4월, 국내 최초의 옹기 독 숙성 사과브랜디를 선보였다.
한국 전통 옹기에서 탄생한 사과주는 독특한 제조 방식과 상쾌한 향으로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중국의 한 업체는 애플리즈의 제품을 독점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온 상태다. 인지도가 오르면서 수출길도 열렸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8개 나라다. 2013년에는 26만2610달러(약 3억 원), 2014년 35만8138달러(약 4억 원), 2015년 17만6620달러(약 2억 원)어치를 수출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12만4486달러(약 1억4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했다.
한 대표의 노력은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역 특산품인 사과를 알리기 위해 관광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직접 딴 사과를 이용해 옹기 와인을 만들어보는 투어프로그램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2005년 9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처음 농장을 방문한 후로 매년 3만∼4만 명의 관광객이 한 대표의 농장을 찾고 있다. 해마다 방문하는 관광객의 70∼80%가 외국인이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의 6차산업인으로 한 대표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한 대표의 꿈은 ‘사과 한류’다. 그는 자신의 사과농장을 해외에 적극 소개해 한국 관광과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수출 시장을 더 넓히기 위해 한국음식 축제 등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고 외국 바이어도 직접 만난다. 그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관광 사업을 주도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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