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에 ‘日의 잃어버린 20년’ 올 수 있다는 IMF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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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부동산과 주식 거품 붕괴로 1990년대 초부터 2013년까지 겪은 장기 침체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경고했다. IMF의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의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겪는 고령화, 잠재성장률 급락 등 내부 여건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초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식 침체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는 2014년부터 국내에서도 제기됐지만 IMF의 경고는 무게감이 다르다. 한국은 1997년 환란 당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IMF 사태’를 겪은 데다 글로벌 기업과 각국의 거대자본도 IMF의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IMF의 지적은 한국의 신규 투자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 이탈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이 1990년대 초반의 일본보다 나을 게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터널이 얼마나 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일본의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1995년부터 20년 동안 7%포인트 감소했지만 한국은 앞으로 20년 이내 10%포인트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급속한 고령화의 여파로 수요가 줄어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오래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적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비중은 일본보다 훨씬 높다.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쟁력 없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일본이 기업 구조조정을 미루는 바람에 ‘잃어버린 10년’을 20년으로 연장시킨 것까지 닮아갈까 걱정스럽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통화와 재정정책의 아베노믹스를 강력히 밀어붙여 마이너스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에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에 힘써 여성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유도,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철폐 등에 나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수요가 나오는 곳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규제개혁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imf#구조개혁#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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