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이광구, 민선 1기 행장으로 다시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2년 임기 연임 성공… 3월 주총서 공식 선임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돼 민영화된 우리은행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9일 열린 ‘2016년 서울달리기대회’에 참가한 모습. 동아일보DB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돼 민영화된 우리은행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9일 열린 ‘2016년 서울달리기대회’에 참가한 모습. 동아일보DB
 이광구 우리은행장(60)이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민영’ 우리은행의 첫 행장이 된 것이다. 민영화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이 행장은 ‘1등 종합금융그룹’을 향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유 은행으로 외풍에 시달리면서 흐트러진 조직 문화를 다잡고, 다른 금융그룹과 경쟁할 수 있는 지주회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 행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 ‘임기 2년’ 단축으로 승부수 던져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 행장을 차기 행장에 내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충남 천안 출신인 이 행장은 1979년 상업은행으로 입사해 개인영업전략부, 홍콩법인, 경영기획본부 등을 거쳤다. 2014년 행장에 취임해 지난해 은행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행장의 연임은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변화를 통한 모험보다 검증된 행장의 미래 비전을 선택했다. 임추위는 “민영화 성공과 실적 개선 등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민영화 이후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이 행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취임 이후 따라다니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일거에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이 행장의 ‘임기 단축’ 승부수가 과점주주들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면접에서 임기를 2014년처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이슈를 임기 내에 끝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이 행장은 이날 연임이 확정된 뒤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점주주들에 의한 집단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에서 사외이사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겠다. 민영화된 은행에서 임기는 큰 의미가 없고 전적으로 주주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민영 1기’ 행장 선출은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선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된 이후 6명의 우리은행장 중 3명은 외부 출신 인사가 낙점됐다.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행장을 (정치권 등) 위에서 ‘꽂다 보니’ 유력 행장 후보들이 정부나 정치권에 줄을 대곤 했다”고 말했다. 성과보다는 연줄에 매달리는 왜곡된 조직 문화도 생겼다.

○ “3월 조직 개편할 것”

 이 행장은 이날 “인사체계 개선과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경영 성과를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인사 원칙과 평가 및 승진 기준, 성과급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6월 말까지 성과보상 체계를 만들어 올해 12월 인사부터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인 3월 소폭의 조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면접 과정에서 임추위 사외이사들은 이 행장에게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해묵은 파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정한 인사 체계를 구축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임직원 약 1만5000명 중 20%가량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전 입사했다. 이 행장은 “영업조직은 ‘흑묘백묘(黑猫白猫·검든 희든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의 원리가 적용되지만 (영업조직이 아닌 곳에서) 일부 이런(파벌) 정서가 있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우선 캐피털과 F&I(부실채권 정리회사), 부동산관리회사 등부터 인수를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과점주주들과 협의해 증권, 보험 (인수) 등을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의 수익성 강화와 인수합병(M&A) 계획도 밝혔다. 이 행장은 “은행 경영은 (3명의) 그룹장들에게 맡기고 자회사 수익성 향상에 좀 더 깊이 관여하겠다. M&A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을 분담하고, 과점주주들의 결정이 은행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민영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와 자산관리 역량 등을 확대해 고객 저변을 늘리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사업 모델과 조직 문화의 기틀부터 다져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이광구 우리은행장 약력


△서강대 경영학과 △1979년 상업은행 입행 △2002년 전략기획단 부장 △2007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 △2011년 경영기획본부 집행부행장 △2012년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이광구#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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