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만 올린 빈병 보증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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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높이려 보증금 올리자 마트 내주 소주 60원-맥주 80원 인상
편의점은 1월중 100원 올릴듯… 추가지출 없는 식당도 눈치작전
업체들 “원가인하 효과 거의없어”

 빈병 보증금이 인상되자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병맥주와 소주 가격을 덩달아 올리기로 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다음 주 초부터 소주 1병 가격을 60원 올리고 맥주 1병은 80원 인상한다. 편의점은 늦어도 이달 중으로 병당 소주는 100원, 맥주는 제품에 따라 50∼100원 올린다. 병맥주는 지난해 11, 12월 출고가 기준으로 70원가량 오른 뒤 1, 2개월 만에 다시 50∼100원이 오르는 셈이다.

 맥주 가격은 브랜드별로 1, 2개월 만에, 소주는 2015년 말 출고가 인상 이후 1년여 만에 인상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빈병 보증금을 올려도 빈병 회수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낮은데 소주 맥주의 소비자 가격만 오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일부터 빈병 보증금을 소주(330mL 기준)는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500mL)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렸다.

 빈병을 돌려주면 받는 돈이 올랐지만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직장인 오동진 씨(34)는 “손에 쥐는 금액이 1만 원은 돼야 빈병을 챙길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 그러려면 소주 100병을 모아야 한다”며 씁쓸해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식당에서도 주류 가격을 올릴 분위기다. 식당들은 보통 빈병을 모두 반환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빈병 보증금 인상에 따른 추가 지출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술값이 오르면 식당들은 술값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경기 안산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2)는 “얼마 전 맥주 출고가가 올랐을 때 고객 눈치가 보여 가격 인상을 미뤘는데 이제는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22년 만에 빈병 보증금을 올린 환경부는 보증금 인상으로 수거되는 빈병이 늘면 주류회사들의 제조 원가가 감소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빈병 재사용률이 85%로 낮지 않은데 보증금을 올린다고 제조 원가와 판매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빈병 보증금은 주류 도매상들이 소매상에 판매하는 병 수량만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미리 낸 뒤 회수된 개수만큼 돌려받는다. 회수율이 100%가 아닌 이상 보증금 일부분이 환경부가 관리·감독하는 센터에 쌓이는 구조다. 이렇게 쌓인 보증금은 빈병 재활용 홍보 비용으로 쓰이는데 지난해에만 180억 원이 지출됐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이달 말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7∼8%가량 올릴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오뚜기와 롯데푸드 등도 지난해 12월 가격을 9%가량 올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킨집 등 자영업자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빈병#보증금#편의점#병맥주#소주#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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