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만화 ‘힙합’①] 김수용 작가 “바비를 꿈꿨던 꼬맹이들 세계적 비보이로 컸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5시 45분


김수용 작가. 스포츠동아DB
김수용 작가. 스포츠동아DB
■ 죽기 전에 봐야 할 우리만화 1탄 ‘힙합’

당시 바비를 통해 비보이들과 배틀 떴죠
의자 윈드밀 장면 그렸더니 바로 따라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똘끼’의 차해일
20년 전 한국 힙합…애정 어린 시선 부탁


스포츠동아 연재만화의 얼굴이 바뀐다. 야구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만화독자들에게도 큰 인기와 호응을 얻었던 최훈 작가의 만화 ‘GM 드래프트의 날’이 막을 내리고, 새해부터는 김수용 작가의 ‘힙합’이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힙합’은 1990년대 후반, 주간 아이큐점프에 연재되기 시작해 8년 만에 24권의 단행본으로 종결된 작품이다. 당시 춤(브레이크 댄스)을 소재로 한 최초의 만화로 돌풍을 일으키며 200만부 가까이 팔려나가 한국만화계를 대표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스포츠동아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동시에 한국 만화사에 굵고 깊은 업적을 아로새긴 걸작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죽기 전에 봐야 할 우리만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그 첫 번째 작품으로 김수용 작가의 ‘힙합’을 선정했다.

한국 힙합만화의 선구자이자 여전히 최고의 춤 만화 작가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김수용(44)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 수유동 스튜디오 지하(ZEEHA)를 찾았다. 힙합은커녕 모든 춤에 문외한인 기자인지라 내심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하나 싶어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스튜디오 지하에 들어서니 진열된 마징가Z, 로보트태권V, 게타로보의 미니어처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저건 뭡니까?”하고 물으니 김작가가 웃으며 “콤바트라 브이입니다”라고 했다. 마음이 녹은 듯 편해졌다. 이 아저씨, 우리 세대다.

-김작가의 ‘힙합’이 등장한 것이 19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춤, 그것도 거리의 춤으로 알려진 브레이크 댄스를 소재로 한 만화를 내놨다.

“1997년 12월 아이큐점프에 연재를 시작해서 98년 3월에 1권이 나왔다. 중간에 좀 쉰 기간까지 포함하면 8년이 걸렸다. 스트리트 댄스 만화는 데뷔하기 전부터 기획하고 있었다. 제대로 하고 싶어 일부러 데뷔작으로 내는 것을 피했다.”

(김수용 작가는 단순한 춤 만화작가가 아니다. 무용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춤을 접했고, 마이클 잭슨을 보고 충격을 받아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만화가 문하생 시절 SBS 댄스팀 오디션에 합격해 군 입대 전까지 프로 비보이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만화와 비보잉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스포츠동아가 야심차게 기획한 ‘죽기 전에 봐야 할 우리만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힙합’이 선정됐다.

“너무 영광이다. 특히 2017년은 힙합이 세상에 나온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힙합을 그릴 때는 나도 혈기왕성한 20대였고, 한 마디로 멋모르고 덤벼든 작품이었다. 지금 보면 예전 일기장을 펼치는 듯한 쑥스러움이 있다. 내 만화를 보고 춤을 췄던 꼬맹이들이 비보이가 되어 세계무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힙합’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올라온 차해일이다. 주인공 성태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똘끼를 갖고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독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역시 바비였다. 워낙 춤의 끝판왕으로 그려놔서(웃음). 해외 비보이들이 구사하는 고난도의 기술을 비디오로 본 뒤 살짝 바꿔서 바비가 추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두 달 있으면 국내 비보이들이 다 따라 추더라. 의자에 앉아 윈드밀을 하는 장면을 그렸더니 우리 비보이들은 의자에 앉아 윈드밀을 하고 나인틴나인티를 꽂더니 훌라후프까지 돌렸다.”

-‘힙합’의 독자들 중 실제 비보이들이 상당수였던 모양이다.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라이벌은 만화 속의 바비였다. 나는 바비를 통해 비보이들과 배틀을 떴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고를 통해, 그들은 플로어에서 춤을 추었다는 것만 다를 뿐. 그때는 바비를 넘어서야 최고라고 인정받던 시절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바비라는 이름을 가진 비보이들이 지금도 꽤 있다는 점이다. 내 페친 중에도 있다.”

-‘힙합’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겨 달라.

“오래됐다면 오래된 이야기이다. 1990년대 한국의 힙합계가 어땠는지, 애정을 갖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힙합에도 나오지만 자신이 답을 찾고 행하는 것이 힙합이라고 생각한다. 만화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저마다의 ‘힙합’을 출 수 있게 되시길 바란다.”

● 김수용 작가

▲1972년 태생 ▲김종한, 김준범 문하로 만화계 입문 ▲1992년 SBS 특채 댄스팀 리더로 활동 ▲1996년 ‘나간다 우라팡(전3권)’ 으로 데뷔 ▲1997년 주간 아이큐점프에 ‘힙합’ 연재 시작 ▲대표작 : 힙합, 부갈루, 스트리트잼

양형모 기자 ranbi361@g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