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대출 문턱도 높아질듯… 아파트 분양시장 찬바람

  • 동아일보

[정부 가계부채 후속 대책]내년부터 아파트 잔금대출에 여신 가이드라인 적용

 정부가 아파트 잔금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분양 시장 활황으로 급증세를 보인 집단대출의 고삐를 잡기 위한 조치다. 이는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버금가는 소득 능력 심사를 적용해 집단대출 부실 위험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단대출은 시공사와 보증기관의 보증을 토대로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분양 시장은 벌써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급등세에 놀란 당국이 지나치게 큰 칼을 휘둘러 시장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내년 1월 이후 분양자, 잔금 대출 깐깐해져

 금융위원회가 24일 내놓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에 따라 내년 1월 이후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의 잔금 대출 심사가 깐깐해진다. 잔금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야 한다.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스트레스 DTI)이 80% 이상이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잔금 대출을 받을 때 원천징수영수증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바탕으로 한 소득 추정 서류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집단대출에 사실상 DTI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잔금 대출에 DTI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적어도 집값의 70% 이내에서 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해석은 다르다. 5억 원짜리 집을 분양받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최대 3억5000만 원(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올해 분양을 받았다면 매월 이자 87만5000원(연이율 3% 가정)만 내면 된다. 내년에는 최대 거치기간 1년이 지나면 매달 원금 약 97만 원에 이자까지 합해 약 184만7000원(30년 만기 기준)을 갚아야 한다. 소득이 적으면 분양을 받는 일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내년 분양을 받아도 잔금 대출까지는 통상 24∼26개월 걸린다. 대출 규제가 현장에 적용되는 시기는 201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권이 이를 의식해 미리부터 중도금 대출을 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단계부터 소득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중도금이나 잔금을 전부 다 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이전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잔금 대출에 대한 분할 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잔금 대출용 보금자리론을 제공하기로 했다. DTI가 60∼80%인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다음 달에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DSR) 제도도 도입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 금융회사들은 차입자의 상환 능력 대비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한 부채를 감안해 대출 심사를 해야 한다. 내년 1분기(1∼3월)부터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중앙회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소득 증빙 자료가 없는 대출, 담보 가치의 60%를 넘는 대출은 매년 원금의 30분의 1씩 분할 상환해야 한다.

○ 분양 시장 위축… 연말 밀어내기 가능성

 금융당국은 또 올해 10월 시작한 가계부채 특별점검을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연장한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들의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한 우회적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집값의 10%만 계약금으로 내고 6개월 뒤 중도금 대출, 2∼3년 뒤엔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자만 내다가 대출 만기 전에 분양권 값이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분양시장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와 경기 과천시 분양 아파트는 잔금을 납입하는 입주 시점까지 전매를 할 수 없게 됐다. 내년 1월부터는 입주 시점 이후 잔금 대출도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청약 시장에 뛰어드는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말로 일정을 앞당겨 밀어내기 분양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2월에는 3만8487채, 내년 1월에는 5580채의 아파트가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마케팅 팀장은 “인허가 등을 고려하면 분양 일정을 2개월 이상 갑자기 당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규제 강도를 높여가자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과 내년 주택 과잉 공급 등의 악재에다 집단대출 가이드라인까지 적용되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구가인·김성모 기자
#중도금대출#은행#아파트#집단대출#분양#잔금대출#여신 가이드라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