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조원… 中 쇼핑광풍 ‘광군제’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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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D-9… 국내 유통업체 역직구 할인 大戰

《 “피부 나이를 되돌려준다는 안티에이징 제품입니다. 직접 발라 볼게요.” 지난달 31일 오후 8시 서울의 한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 웨이보 팔로어 134만 명을 보유한 ‘왕훙(網紅·온라인 유명인사)’ 차오린(喬琳) 씨가 한국 화장품을 진열해 놓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는 약 90분 동안 누리꾼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며 피부 관리 방법이나 제품 정보를 전달했다. 같은 시간 중국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 모바일 앱 메인 페이지에는 이 방송이 생중계되며 관련 제품을 예약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함께 떴다. 》

 

2014년 광군제 때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 직원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실시간 매출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는 매해 매출이 늘어 지난해에는 912억 위안어치의 물건이 팔려 나갔다. 동아일보DB
2014년 광군제 때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 직원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실시간 매출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는 매해 매출이 늘어 지난해에는 912억 위안어치의 물건이 팔려 나갔다. 동아일보DB
 이번 방송은 LG생활건강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를 앞두고 자사 제품과 할인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했다. 광군제 홍보를 위해 온라인 방송을 기획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중국 왕훙 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광군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총 5차례 방송을 내보낸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11월 11일 광군제를 앞두고 각종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광군제 당시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중국 온라인 쇼핑객들의 구매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국내 유통업체들까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광군제 예약 판매 실적이 10억 원에 이른다고 1일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처음 광군제에 참여해 하루 26억 원을 벌어들였다. 입점 이후 1년 동안 올린 매출(80억 원)의 4분의 1이 넘는다. 올해 광군제 때는 매출 40억 원을 목표로 지난해보다 판매 물량을 3배 늘렸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과 한방 헤어케어 제품, 여성 위생용품 위주로 320여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광군제 사전 홍보 행사로 왕훙을 초청해 인터넷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주요 호텔과 명동 등 관광명소와 함께 이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과 각종 한류 상품을 소개해 현재까지 누적 시청자 80만 명을 기록했다.

 최덕선 이마트몰 글로벌비즈팀장은 “광군제를 통해 중국 본토의 직구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런 대형 행사를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한 축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고객의 취향에 맞춘 세트 상품을 구성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아이브로 제품과 마스크팩을 묶은 세트 상품을 준비했다. 예약 판매 일주일 만에 약 7만 개를 판매해 티몰 메이크업 부문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중국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한정판 미니 세트도 준비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광군제 하루 동안 1억7500만 위안(약 31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매출 1위, 글로벌 패션 기업 중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후드티, 다운점퍼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준비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준비한 물량이 2시간 만에 ‘완판’됐다”며 “올해 최저 할인율은 50%로,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티몰 등 중국 현지 쇼핑몰로 구매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전’을 치르는 곳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역직구몰인 중문11번가는 광군제 당일인 11일부터 25일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 기획전을 진행한다. 11번가 관계자는 “광군제 때는 오히려 국내 역직구몰보다는 티몰 등 중국 현지 업체로 구매가 쏠린다”며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국 온라인 쇼핑객을 끄는 데 효과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광군제(光棍節) ::


중국에서 광군제라 불리는 11월 11일은 혼자를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들어가 ‘싱글데이’로 통한다.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날을 ‘애인 없이 혼자 쓸쓸히 보내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날’이라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마련한 데서 유래했다. 현재는 중국의 대표적인 쇼핑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광군제#중국#블랙프라이데이#독신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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