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미래 성장판, ‘열린 교육’이 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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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올해 초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전공 석·박사 우수 인력을 선발해 독일의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과 ‘차량용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지니어의 강의를 국내에서 들을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에 큰 관심과 열의를 보였다. 한 달여 동안 인피니언 소속 엔지니어들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강의를 이어갔다. 교육 종료 후 협회와 인피니언은 우수 학생을 선발해 독일 뮌헨에 있는 인피니언 본사 랩투어(Lab Tour)의 기회를 제공했다.

 필자는 이 교육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마무리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인피니언의 인력 채용 시스템을 알게 됐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 협회와 같은 산업군 내 협의체가 되는 기관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먼저 실시했다. 그리고 현지 엔지니어를 파견해 학생들을 지도하며 개개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수강 학생 중 우수자를 선발해 인피니언 독일 본사 랩투어를 진행했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산업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미래 신산업은 해당 산업에 설비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보다 중요한 핵심 요소는 어떠한 인재가 그 시장을 이끌어 가는지, 해당 분야 전문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고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인피니언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한 달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독일 본사 랩투어의 기회까지 얻은 학생도, 이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인피니언에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입사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별도의 채용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자사의 특별교육과 채용을 연계하지 않는 이런 시스템은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서 연관 분야 엔지니어의 저변 확대에 대한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교육을 수료한 학생은 차량용 반도체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에 몸담을 수 있다. 혹은 경쟁사에 입사할 수도 있다. 인피니언은 이것을 단순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보다는 관련 엔지니어들의 저변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쟁사 혹은 타 산업 분야에 몸담게 된 이들이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의 영역에 반도체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 내부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비반도체 분야 엔지니어들이 반도체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피니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우수 인력을 채용하고 훈련해 기업 내부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 발전은 물론이고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영역이 있다. ‘우리가 조직 내부가 아닌 전반적인 연관 산업 인력의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인피니언의 사례는 산업계에서 ‘열린 교육’을 실행하는 담대한 현장으로 다가왔다.

 IoT 시대에 반도체는 우리가 미래 먹거리라고 일컫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존재한다. 타 산업에서 반도체에 기반을 둔 발전이 이뤄지려면 인재 양성에 대한 시각이 지금보다 더 넓어져야 한다. 내가 속한 기업과 우리 산업 내부뿐만 아니라 곳곳에 우리 산업의 두뇌를 가진 인력이 배치되는 것. 미래의 성장판은 ‘열린 교육’이 실현되는 그 현장에 들어 있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열린 교육#한국반도체산업협회#미래#성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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