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발행액 4조5600억 올 최대… 10대 증권사 8월 수익률 5.67% 호조
당국, 월내 판매규제방안 발표 “수익률보다 기초자산 본후 투자를”
연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던 주가연계증권(ELS)에 시중 자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최대인 4조5600억 원어치의 ELS가 지난달 발행됐다.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저금리에 갈 곳 없는 자금이 ELS에 다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ELS 쏠림을 우려해 이달에 규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LS 시장 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9월 ELS 발행 연중 최고치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업계의 ELS 발행액은 4조56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7조6206억 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올해 초 H지수 폭락에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7월 ELS 발행액이 2조5703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2조 원 가까이 발행액이 불어난 것이다.
이 같은 ELS의 상승세는 저금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H지수의 경우 올해 2월 중순 7,50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11월로 예고된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 시행의 영향 등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 9,700 선을 회복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도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7월 초 2,700 선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3,000 선 안팎으로 올라섰다.
ELS 조기상환액도 최근 ELS 상승세를 보여준다. 9월 조기상환액은 4조7816억 원으로 8월(4조4330억 원)에 이어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조기상환액이 많다는 것은 E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을 거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수익률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8월 5.67%에서 지난달 4.64%로 소폭 낮아졌지만 시중은행의 1%대 예·적금 금리보다는 여전히 높다.
○ 금융당국 ELS 규제 주목
최근 ELS 시장이 다시 커지자 상품의 투자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ELS 같은 고위험 상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LS는 원금 손실(녹인·Knock-In) 기준보다 기초자산 주가가 하락하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만기 전에 빠져나오기 힘든 상품 구조를 가진 데다 중도환매 수수료도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50, 60대가 ELS에 뛰어들고 있다”며 “안정 지향형 투자자들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ELS 시장의 쏠림 현상과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부적합 투자 확인서’ 발행이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확인서가 고위험 투자 상품에 적합하지 않은 성향의 투자자들의 ELS 투자를 허용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들이 투자 보수가 높은 고위험 ELS 상품 판매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투자 보수를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투자자들이 이달 발표될 당국의 규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수익률로만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초자산과 상품 구조 자체를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