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에 대해 담보를 확보한 후 자금을 대여해주기로 결정하면서 한진그룹의 지원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다만 ‘물류대란’ 사태는 미국 등에서 압류금지조치(스테이오더)가 받아들여지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 추가 지원은 오리무중(五里霧中)
대한항공 이사회는 8일부터 1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의결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에 대해 담보를 설정한 후 600억 원을 대여해주기로 한 것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600억 원을 빌려준 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채권 회수 가능성이 낮아 배임 소지가 있다고 반대하면서 600억 원 대여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담보를 취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진해운이 이미 롱비치터미널 지분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6개 해외 금융회사 외에 롱비치터미널의 또 다른 대주주인 스위스 해운사 MSC(지분율 46%)로부터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들이 파산 가능성이 높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또 다른 담보대출을 받도록 동의해줄 지는 미지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늦어도 13일까지 400억 원의 사재출연을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 물류대란은 최악의 상황 넘겨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10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항만에 대기 중이던 한진 그리스호의 하역 작업이 시작됐다. 한진해운 선박이 당분간 가압류 부담에서 벗어나 입항과 하역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롱비치항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진 보스턴호·정일호·그디니아호 등 나머지 선박들도 순차적으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압류금지 조치는 일본과 영국, 싱가포르(잠정)에서도 발효됐다. 한진해운은 독일과 스페인 등에도 금주 초 압류금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앞으로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 관리해야 하는 한진해운 선박은 41척이다. 한진해운 보유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20척은 현재 하역을 완료한 상태다. 조만간 국내 항만으로 36척이 복귀할 예정이다.
정부는 물류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금주 중 유럽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국적선사의 대체선박투입만으로는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 등에 부산항 기항, 미주항로, 유럽항로 투입도 같이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1일 주형환 장관 주재로 ‘긴급 수출애로 점검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화주(수출기업)와 수출물류기업들을 신속히 돕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주 장관은 “최후의 화물이 최종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