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자동차 최대시장 중국서 한국은 지진아 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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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면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KOTRA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2만2678대로 한국(745대)의 164배나 됐다.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은 작년에 이미 미국을 제쳤고, 중국차 비야디(比亞迪·BYD)는 미국차 테슬라를 제친 세계 최대 판매차다. 올 상반기 중국 내 판매순위 상위 20개사 중 중국 회사가 9개나 된다.

2위는 미국차(6만4057대)다. 지금까지 신산업은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고 다른 나라들이 추격했지만 전기차에선 초반부터 미중이 격렬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발표한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발전 계획’에 따라 파격적 보조금 지원과 인프라 구축, 세금 감면 혜택, 관공서 의무 구입 등 정책 믹스를 폈다. 2차전지를 주력사업으로 창업한 비야디 등 가솔린자동차 회사들은 기존 시장에서는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렵지만 전기차에서는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보고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한국은 중국과 거의 반대다. 정부와 산업계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오판했다. 현대기아차는 가솔린차와 수소차에 주력하느라 생산설비를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나마 작년 말 제주를 전기차 관련 규제 프리존으로 선정했지만 국회가 반년째 특별법을 붙잡고 있어 약발이 떨어져가는 상태다. ‘정관업(政官業) 기득권’ 카르텔이 변화에 저항하는 바람에 기술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글로벌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될 위기에 빠진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으로선 통탄할 일이다.

지금 자동차 시장은 과거 휴대전화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것과 같은 격변기에 있다. 이 흐름을 놓치면 한국은 신에너지와 신산업, 신성장동력에서 ‘느린 추격자’에 머물 공산이 크다.
#전기자동차#중국#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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