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한화생명 부산FA센터 FA(왼쪽)가 고객에 상속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2016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부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수익성이나 안전성보다 세금을 더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자소득 비과세를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장기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만기 시점을 분산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겐 무엇보다 상속·증여세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상속·증여세 과세표준이 1억 원 이하일 땐 세율이 10%지만, 30억 원이 넘으면 50%가 적용된다. 5단계의 누진 구조라서 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상속·증여세에 대한 걱정이 많다.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매년 과세하는 소득세와 달리 상속·증여세는 얼마나 많이 남겨주는지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니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냈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힘들게 모은 재산이라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현행 상속세가 너무 무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상속공제액을 일부 늘리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주요 내용은 큰 변화가 없다. 결국 ‘분산’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많은 세무 전문가들은 사전 증여를 통해 재산을 분산하라고 조언한다. 가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동산, 금융 자산, 사업체 지분 등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미리 나눠 주라는 것이다. 특히 임대 소득이 생기는 부동산의 명의를 자녀로 바꾸면 부모의 소득세 및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등 사전 증여 효과가 크다.
물론 사전 증여가 꼭 정답은 아니다. 현장에서 상담했던 자산가들 중엔 사전 증여를 검토하다가 포기한 사람이 꽤 있다. 증여세와 취득세 등 관련 세금이 생각보다 많기도 하고, 가족 간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아서다. 자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산을 증여받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해 증여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자산보다 금융 자산이나 법인주식 증여는 비교적 수월하다. 상속·증여세법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에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10년 단위로 배우자 사이는 6억,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는 5000만 원의 무상 증여가 가능하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최근 들어 보험 상품을 통해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상 증여는 많은 금액을 이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가장의 명의로 재산을 계속 가지고 간다면 상속세는 피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상속가액이 30억 원인 경우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일괄 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 등이 공제되고, 경우에 따라 여타의 공제가 추가될 수 있다. 이때 과세표준을 19억 원으로 보면 산출세액은 6억 원(19억 원×40%-누진공제 1억6000만 원)이다. 6억 원은 세금으로 내기에 매우 큰 금액이다. 상속을 시작한 지 6개월 내에 납부를 해야 1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가산세도 내지 않는다.
상속세를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상속세를 낼 재원을 마련하는 대책도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자산가들이 종신보험에 가입한다. 이른바 상속세를 보험처리 하는 셈인데 이는 국세청에서도 권고하는 방안이다. 특히 종신보험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그 즉시성(卽時性)에 있다. 상속세는 사망과 동시에 발생하는 부담이고 보험금 또한 사망한 시기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을 이용해서 상속세를 마련할 때는 두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상속 개시 10년 내에 사전 증여한 재산은 합산해서 세금을 물린다. 상속세를 줄이려고 사전 증여를 계획하는 자산가라면 서둘러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둘째, 너무 늦기 전에 종신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종신보험 가입연령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연령 기준에 해당된다 해도 과거의 병력이나 현재의 건강상태에 따라 가입을 제한할 수도 있다.
상속·증여세 때문에 고민하는 자산가들은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저금리시대, 재테크보다 재무설계가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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