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400만원 보장”… 알고보니 대포통장 모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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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기수법 갈수록 교묘… 은행 대포통장 줄고 농협-수협 늘어

“저희가 드리는 사업자등록증으로 법인통장을 만들어 보내주시면 한 건당 7만 원을 드려요. 하루에 법인통장 3∼6개를 만들면 20만∼40만 원, 한 달이면 40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어요.”

최근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학력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한 달에 400만 원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채용 공고가 종종 올라온다. 이 중 상당수는 ‘대포통장’을 모집하기 위한 허위 구인 게시물이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1∼6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에 접수된 대포통장 관련 상담 내용(763건)을 분석한 결과 대포통장 공개모집이 328건(43.0%)으로 가장 많았다고 15일 밝혔다. 취업 사기가 225건(29.5%)으로 뒤를 이었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포통장 사기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실직자 등에게 유령회사를 만들어 법인통장을 개설해 넘기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취업이 결정됐으니 급여계좌를 개설해 통장 및 체크카드를 넘기라는 식으로 취업난에 지친 사람들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 외국인이 여권을 제시하면 통장을 발급해 주는 점을 이용해 일본인을 단체로 국내에 초청해 이들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사례도 있다.

은행권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줄고 있지만 농협, 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의 ‘2016년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2만155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2만2069건)보다 2.3% 줄었다. 은행권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5.3% 감소한 반면 상호금융권역은 13.4% 증가했다.

계좌 개설 후 5일 이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계좌는 전체 대포통장의 4.9%로 2015년(12.8%)보다 7.9%포인트 줄었다. 반면 계좌 개설 후 1년이 넘은 대포통장 계좌는 63.3%로 지난해(55.7%)보다 7.6%포인트 늘었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이 다량 발생한 농·수협은 중앙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외국인 명의 통장의 대포통장 활용을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에 대포통장 개설에 활용된 여권번호를 등록해 금융회사들이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대포통장#보이스피싱#스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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