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팔면 300만원… 세금감면 최대 143만원 받고 누가 폐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10년이상 경유차 폐차땐 稅감면… “미세먼지 대책 엉터리” 비판

“10년이 지났어도 멀쩡하게 잘 굴러가는 경유차를 고작 100만 원 남짓 혜택 받자고 일부러 폐차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경유차 소유자)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언제부터 적용할지 정하지도 않고 발표하는 바람에 올여름 신차 판매가 대거 줄 것 같습니다.”(자동차 업계 관계자)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고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며 지난달 28일 내놓은 ‘경유차 폐차 세금 감면 혜택’이 경유차 소유자와 제조업체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운전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혜택이 폐차를 유도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체들은 정부가 명확한 적용 시점도 정하지 않고 먼저 발표를 해버려 신차 판매가 한동안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싸늘한 소비자

정부는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등록된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를 등록말소 및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하면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최대 143만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세금 혜택을 통해 인위적으로 노후된 경유차를 새 차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정부 발표를 접한 경유차 소유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폐차로 얻는 세금 감면 혜택과 중고 판매를 놓고 어느 쪽이 이익인지 정보를 공유하며 따져보기 시작했다.

3일 국내 최대 중고차 판매업체 SK엔카에 따르면 연식, 옵션, 성능, 주행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0∼2006년에 등록된 경유차는 200만∼7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정부가 제시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년 된 경유차’(2006년식)의 경우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750만 원, ‘투싼’은 570만 원 정도다. 이보다 훨씬 오래된 기아자동차 2002년식 ‘쏘렌토’는 290만 원, 현대차 2000년식 ‘갤로퍼2’는 300만 원 정도다. 16년 된 차량도 정부가 제시한 폐차 세금 감면 혜택보다는 중고 가격이 100만 원 이상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유차 소유자들의 여론은 “폐차하면 손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고 매매를 포기하고 폐차를 고려하려면 연식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주행거리가 20만 km를 넘어 정말 ‘폐차 직전’에 이른 정도로 중고가가 낮은 차량이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유차 소유자는 “세금 혜택이 중고 매매가랑 어느 정도 엇비슷해야 긍정적으로 고려를 할 텐데 턱없이 차이가 나니 누가 손해를 보고 폐차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제조업체도 불만

정부가 언제부터 세금 감면 혜택을 줄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도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는 발표 당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언제부터 적용할지, 소급 적용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이번 발표 때문에 올여름 신차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세금 감면 혜택이 언제부터 적용될지 눈치를 보며 차 구입 시기를 계속 뒤로 미룰 것이라는 것이다. 국산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 혜택이 언제부터 적용될지 몰라 판매정책 수립이 어렵다”며 “섣부른 발표 때문에 내수 진작은커녕 시장에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7, 8월 신차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는 총 333만2361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경유차#세금감면#중고차#미세먼지#정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