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 명물로… 도시도 리모델링 시대

  • 동아일보

한국형 도시재생사업 탄력

《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은 광복 이후 실향민들이 터를 잡으면서 ‘해방촌’으로 불렸다. 한때 스웨터 공장 등이 들어서 동네가 번성했지만 공장들이 문을 닫자 사람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낡은 집들은 도심 속 화석처럼 흉물이 됐다. 이런 해방촌이 남산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녹색문화마을’로 탈바꿈한다. 1960∼80년대 해방촌의 주력 산업이었던 스웨터 공장은 탐방·체험 현장으로 바뀐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복원해 환경친화적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조성하거나 전면 철거방식으로 주거지를 만들던 도시개발 방식이 바뀌고 있다. 해방촌처럼 인구 감소,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낙후된 옛 도심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를 바꾸는 도시재생 방식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택도시기금, 민간 투자자들이 협력하는 한국형 도시재생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

○ 민관 협력 ‘한국형 도시재생’ 모델

충북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자리(위 사진)가 비즈니스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레저시설(아래 사진)로 바뀐다.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기금, 민간투자가 결합한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충북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자리(위 사진)가 비즈니스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레저시설(아래 사진)로 바뀐다.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기금, 민간투자가 결합한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30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4년 4월 서울 종로구, 충북 청주시, 부산 동구 등 13곳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했고,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거쳐 올해 4월 서울 용산·구로구 등 도시재생사업 지원 대상 지역 33곳을 확정하고 5, 6년 동안 310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도심 외곽개발 위주 도시정책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침체된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 재생이 도시문제 해결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4년 12월 기존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개편하면서 금융지원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는 한국형 도시재생 계획에서 자금 지원이 중요하다. HUG는 주택도시기금과 보증을 이용해 전국의 다양한 도시재생 금융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만 400억 원의 출자 및 융자 예산을 확보했다. 리모델링, 재개발·재건축 등 순수 민간자금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에도 도시재생사업금융보증을 지원한다.


○ 청주-천안에서 첫 사업 시작

민관이 협력하는 ‘한국형 도시재생’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충북 청주시와 충남 천안시의 선도지역에서 첫 사업이 시작됐다. 민간사업자 공모, 사업설명회 개최 등을 거쳐 8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청주시가 소유한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자리(12만2407m²) 가운데 2만1020m²에 비즈니스센터·호텔, 복합문화레저시설을 유치한다. 청주시와 주택도시기금, 민간 사업자가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해 1718억 원을 투자해 사업을 추진한다.

연초제조창 및 주변 지역에는 국비와 지방비 500억 원을 들여 문화업무시설 건립, 도로확장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초제조창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한 2만 m² 규모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도 2018년 말 문을 열 계획이다.

천안 도시재생사업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청(옛 천안시청) 일대(1만9865m²)에 새로운 구청사와 어린이회관, 대학생 기숙사, 주상복합건물,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천안시, 주택도시기금, 민간 사업자가 리츠를 설립해 1900억 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한다.

김선덕 HUG 사장은 “활력을 잃고 침체된 도심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창조경제 거점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며 “주택도시기금의 출·융자, 민간투자에 대한 공적보증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도시#리모델링#도시재생사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