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매각이 능사 아니다

  • 동아일보

이명박(MB) 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을 털기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폐합하거나 석유공사가 100% 출자한 자원개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공개한 연구용역 결과다. 석유공사의 석유자원개발 기능을 매각해 민간으로 이관하거나, 개발 기능만 떼어 가스공사로 넘기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거론된다.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가 올해 갚아야 할 빚만 8조 원대여서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밀고 있는 통폐합 방안은 지난해만 4조5000억 원의 순손실을 낸 석유공사의 부실을 가스공사로 떠넘겨 동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LH를 만들었지만 더 비대한 공룡이 돼버린 전례도 있다.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관피아 정피아 자리가 늘어 공직사회는 좋겠으나 이 역시 부실을 한쪽으로 몰아놓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모든 구조조정 방안에서 부실 해외자산 매각을 제시한 것은 작년 말 감사원 감사 결과와 다르지 않다. 국제유가가 치솟아 개발 열풍이 불었던 MB 때와 달리 지금은 유가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식었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 감사를 주도했던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총선을 겨냥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감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 사는 것이 ‘효율적 투자’이고 보면 무작정 해외자산을 파는 것이 능사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2014년 기준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가 68억 달러로 일본(935억 달러), 중국(712억 달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일본은 원유가격 하락을 틈타 공격적 개발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이 지난해 1400억 원이던 관련 예산을 올해 0원으로 삭감한 것은 근시안적이다.

전기차, 수소차가 나온다지만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현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부실 자산 처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해 자원 개발의 큰 그림에 따라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진행돼야 한다.
#mb정부#해외자원개발#사업부실#석유공사#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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