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 빅3 공동컨설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삼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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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이어 삼성重도 자구안 제출… 경영 정상화 작업 본격화

정부와 채권단이 주도하는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자구안 제출을 압박한 데 이어 앞으로 2, 3개월 안에 조선업 전반에 대한 외부 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 컨설팅 결과에 따라 ‘빅3’ 조선사의 여러 사업부를 ‘자르고 붙이는’ 식으로 통폐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개별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자구안을 제출받아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겠지만 조선업계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은 공동 컨설팅을 통해 그릴 것”이라며 “이미 ‘빅3’가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이번 컨설팅의 결과는 7, 8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빅3’ 간 사업부 통폐합도 배제 안 해


금융 당국은 이번 공동 컨설팅을 통해 업체별 최적 설비 규모, 향후 조선업체의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목표다. 조선업이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수주 가뭄으로 구조적 위기에 빠진 만큼 개별 업체가 아닌 산업 전반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관건은 이 같은 외부 컨설팅이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또 개별 업체들이 컨설팅 결과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다. 정부 관계자는 “편향되지 않고 객관성을 담보하는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해외 기관을 포함해 복수의 컨설팅 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체들과 컨설팅 결과를 따르겠다는 식의 별도 양해각서(MOU)를 맺지는 않는 대신 채권단을 활용해 컨설팅의 구속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정부도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컨설팅이 실질적인 효력을 갖게 하겠다”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를 채권단의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조선업체의 설비 감축이나 사업부 통폐합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이를 구조조정 과정에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개별 업체가 각각 설비를 감축한다면 인위적인 ‘빅딜’이 없어도 구조조정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대와 삼성 “우린 대우조선과 상황 달라” 불만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큰 만큼 업계에서는 잡음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빅3’로 엮여 있다는 이유로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채권단의 강도 높은 압박에 당초 예상보다 이른 17일 밤 자구안을 제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두 민간 조선업체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과 상황이 다르다”며 “아직까지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이미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총 8조5000여억 원의 손해를 보긴 했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5조5000억 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냈다.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220%, 삼성중공업은 309%인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7308%에 이른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 역시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과 민간 업체인 두 회사를 똑같이 취급하기보다는 민간 업체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외부 기관에 맡기려는 것을 두고 결국 손에 ‘피’를 직접 묻히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컨설팅의 질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다. 2000년대 후반 컨설팅사 매킨지가 스마트폰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본 것처럼 ‘오판 사례’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 보겠다는 차원에서 컨설팅을 맡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 결과를 활용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성규 기자
#구조조정#조선#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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