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제3해운동맹 후보군이던 7개 해운사 중 유일하게 새 동맹에서 배제된 가운데 20일이 마감 시한인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도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과 해운동맹 추가 편입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채권단은 해외 선주 직접 만나기로
15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해외 선사들을 서울에서 직접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선료(선박을 빌리는 비용)를 인하해주면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선주들에게 직접 피력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그리스 다나오스, 영국 조디악,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 등 22개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용선료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목표치인 28.4% 인하에는 아직 못 미치는 상황이다. 막판 눈치 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선주들에게 현대상선의 정상화 지원 의지를 담은 ‘콤포트 레터(comfort letter)’를 발송한 데 이어 선주들을 직접 한국에 초청해 정상화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다나오스, 조디악과 같은 주요선사를 초청했다”며 “용선료 인하가 이뤄질 시 정상화를 지원하겠다는 의지 및 향후 지원계획 등을 밝히고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해외선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선주들을 만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주들이 만남을 요청한다면 이 역시도 ‘최후의 카드’로 신중히 고려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은 총 용선료의 28.4%(3년 6개월간 7200억 원)를 인하하는 것이 목표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을 20일까지로 정하고 이 때까지 결과를 내지 못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채권 채무조정도 풀어야 할 과제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사채권 채무조정’이라는 큰 산은 남아있다. 현대상선은 앞서 3월 17일 회사채 1200억 원의 만기연장을 추진했으나 실패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 있다. 현대상선은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 동안 추가로 사채권자 집회를 열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사채권자 설명회를 열고 약 76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채무 재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상선은 조정안이 부결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채권 회수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져 손해가 더 클 것이란 점을 부각해 사채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 채무조정에 성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새 글로벌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에 추가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동맹에 속하지 않고는 사실상 영업이 어렵기 때문에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동맹 합류가 필수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완료되면 동맹 편입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15일 공식 입장을 내고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채무조정을 마무리한 후에 유보된 얼라이언스 재가입 협상에 나서 조기에 이를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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