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나랏돈과 발권력을 동시에 동원해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6월 말까지 확정짓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한 가운데 4일 서울 종로구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 측은 “관계기관은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10조 원 안팎의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실탄 준비에 앞서 구조조정 주체들의 손실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엄정한 고통분담과 국책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관계기관들이 재원 마련 방식의 큰 틀과 시한에 합의한 만큼 앞으로 2개월간 각 기관들은 분담액과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고에 쌓인 잉여금 일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등 무수익자산을 내놓는 대신 한은이 현금을 대주길 원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일단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는 발을 담그겠지만 정부가 최대한 출자에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방식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구조조정에 따른 국민 고통을 줄일 방법까지 추경에 담을 용의가 있고 필요한 법 개정 대안도 적극 제시하겠다”며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한은에 대해서는 “한은이 출자한다면 출자가 필요한 사정과 출자 범위에 대해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권력을 동원하는 길을 열겠다는 발상이라면 그냥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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