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러시아發 ‘1조 적자수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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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순손실 사상 최대

《 한국GM이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나타내는 등 2002년 설립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이유를 쉐보레 브랜드 러시아 철수에 따른 비용 증가 및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10일 한국GM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약 7.6% 줄어든 11조9371억 원을, 영업손실은 594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영업손실(1486억 원)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당기순손실도 전년 3533억 원에서 9868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
한국GM이 이처럼 대규모 적자를 낸 데는 쉐보레 브랜드가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은 그동안 100% 종속 기업인 러시아법인(General Motors Daewoo Auto and Technology CIS Llc)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 수출했다. 한국GM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가 서유럽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대체 시장으로 러시아를 집중 공략해왔다. 러시아 시장에서 매출이 늘면서 러시아법인의 2012년, 2013년 매출은 각각 2조6000억 원, 2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4년 초 달러당 33루블 수준이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저유가 등으로 2014년 말 달러당 70루블로 폭락했다. 루블화 가치가 달러 대비 2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2014년 매출은 1조 원대로 반 토막 났고 34억 원의 순손실도 기록했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가 나게 되자 지난해 러시아에서 쉐보레 차량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한국GM 실적에 현지 공장 폐쇄에 따른 지분법손실액 1869억 원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 계약 해지 수수료 등으로 나간 일회성 비용이 많이 발생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률이 좋지 않은데 한국 공장에서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올라갔던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세르지오 호샤 당시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특별 좌담회에서 “한국GM은 지난 5년간 기본급 40%를 비롯해 각종 수당과 일시금, 격려금을 합한 인건비가 총 50% 올랐다”며 “전 세계 GM 공장 중에 이 정도로 임금이 많이 오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한국GM은 대형세단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계속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GM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 중인 임팔라는 당초 판매를 시작할 때 “연간 1만 대 이상 팔리면 국내 생산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상 이를 뒤집었다. 한국의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 등이 수입 판매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해외 시장의 사업 여건이 악화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한국GM은 국내외에서 전년보다 1.4% 줄어든 62만1872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15만8404대로 전년보다 2.6% 늘었지만 수출에서 2.7% 감소한 46만3468대를 기록했다.

한국GM은 2012년 108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가 2013년엔 1009억 원 흑자를 내기도 하면서 실적의 오르내림이 유독 가파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GM 관계자는 “사업 환경 대응이 어려운 수출 시장보다는 올해엔 내수 시장 판매에 집중하고, 내수 시장 성장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한국gm#적자#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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