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roblem” 믿으면 낭패?…KOTRA, ‘인도를 이해하는 키워드’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13시 43분


인도로 수출을 추진하던 기업인 A 씨는 진행과정에서 인도 바이어의 “No Problem(문제 없다)”이라는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물어볼 때마다 잘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인도에서는 이 말이 장보기부터 기업의 고객 응대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인도말로 ‘찰타해(Chalta hai)’라 불리는 이 말은 인도인의 냉소, 책임회피, 상황모면 등을 표현하는 단어다. 한 마디로 ‘하고 있는 중’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 인도인을 상대로 사업할 때 적절한 융통성을 갖고 대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KOTRA는 인도와 인도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돕는 취지에서 ‘2016년 인도를 이해하는 25가지 키워드’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사회, 정책, 경제, 문화, 정치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각 키워드를 정의, 출현배경, 현황 및 전망, 한국기업의 체크포인트, 키워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생소한 부분은 문화 키워드다. ‘주가드(Jugaad)’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생존해 온 역사를 통해 뿌리내린 ‘단순·핵심·저가’라는 인도만의 혁신성을 의미한다. 2008년 타타가 세계 최저가 차량인 ‘나노(Nano)’를 내놓으면서 주가드 혁신이 확산됐다. 2009년 고드리지는 전기가 없어서 사용이 가능한 냉장고를 만들기도 했다. 최대한 단순하고 핵심적인 기능을 제공하면서 가격이 싼 인도용 제품 개발이 필요한 까닭이다.

‘디왈리(Diwali)’는 힌두 달력 여덟 번째 달(10~11월)의 초승달이 뜨는 날을 중심으로 닷새 동안 집과 사원 등에 등불을 밝히고 힌두교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인도 최대 축제다. 인도에서는 이 기간에 물건을 구매하는 관습이 이어져 소비재 판매의 40~60%가 이 때 집중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제품을 내놓기 적합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사회분야 키워드로는 ‘달릿(Dalit)’과 ‘자티(Jati)’를 알아야 한다. 달릿이란 인도 카스트 제도 범주안에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을 말한다. 달릿은 카스트제도에 속하지 못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온 계층이다. 인도에서 카스트에 의한 차별이 금지됐음에도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며, 인구의 25%인 3억 명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 진출 기업은 이들에게 대외업무를 맡기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이들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티는 지역, 카스트, 직업군을 기준으로 3000여개로 세분화된 공동체를 말한다. 자티는 힌두교 세계관에서 사회 내 각자의 위치와 직분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인도인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인도에서 암소를 사육하던 공동체인 ‘야다브(Yadav)’는 불가촉천민의 혜택을 자신들도 받을 수 있게 오히려 카스트를 낮춰달라고 올해 2월 폭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 자티에 따라 서로 다른 공동체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파트너가 어느 자티인지 알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복잡한 행정절차 등 인도 특유의 관료주의를 뜻하는 ‘License Raj(규제왕국)’,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리는 정책인 ‘Make in India(메이크 인 인디아)’, 친성장·외자유치·제조업육성·일자리 창출 등을 내건 모디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인 ‘모디노믹스’ 등을 소개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인도가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임에도 한국 기업들이 인도 비즈니스 문화를 많이 어려워한다”며 “이 보고서가 인도 비즈니스 문화를 체득하고 나아가 인도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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