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빅데이터로 보면 보이는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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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세계경제연구원장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우리는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만큼 안다. 디지털 시대는 인간의 앎(지식)을 형성하는 기본 토대를 확 넓혀서 보기(인식)의 크기도 대폭 늘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알고 있던 세상보다 훨씬 넓어지고 있다. 여기서 기본 토대를 대폭 늘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빅 데이터’이다.

경제학자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5조 달러가 더해질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많은 선진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과 함께 중요한 생산요소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까지는 빅 데이터가 광고와 마케팅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 의료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왜곡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생활 보호와 침해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구분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 분석, 활용의 명확한 목적 수립과 국제 기준 마련 등 여러 기술적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빅 데이터가 제공하는 새로운 시각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수많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어린이들이 반복을 통해 언어를 배운다고 믿었다. 그런데 빅 데이터 분석이 어린이들은 반복이 아닌 여러 상황과 문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언어를 습득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줬다. 이처럼 기존 믿음과 상식을 깨뜨리는 새로운 발견은 정부 정책, 기업 전략에서부터 가정과 교육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련 분야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의 하나인 성별 임금 격차, 그리고 여성의 사회 및 고위직 진출의 어려움은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적 효율성 및 공정성을 저해하고 국가적 자원 낭비와 이미지 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에 속한다. 불행히도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 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3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임금 격차가 나는 약 58%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여성의 고위직 및 관리자 비율도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빅 데이터를 도입해 그 원인과 실상을 파악해 보자. 왜 현저한 임금 격차가 나는지, 그리고 ‘리더로 발탁할 여성이 부족하다’라는 해묵은 주장이 어느 정도 진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진다면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도 더 정밀해지고 구체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성별, 인종별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인정받은 미국 50대 기업(Diversity Inc Top 50) 모두 빅 데이터 분석의 효과를 봤다고 밝히고 있다.

빅 데이터의 여러 혜택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그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때 실현된다. 그런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빅 데이터 등 관련 분야의 남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없어질 일자리로 인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경제의 눈#송경진#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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