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년간 국내 통화정책을 책임질 한국은행 차기 금융통화위원 4명의 윤곽이 드러났다. 교수 등 학자 출신이 배제되고 국책연구기관과 금융당국에서 경제정책 등을 맡아온 실무형 인사들이 대거 내정된 게 특징이다. 특히 경제 성장을 중요시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앞으로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 기류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금통위원 4명의 후임으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55),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58),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54),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51) 등이 추천됐다고 28일 밝혔다. 후속 절차가 남았지만 이들이 무리 없이 임명될 것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관측이다. 금통위원 7명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빼고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재부 추천을 받은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995년부터 KDI에 몸담은 뒤 금융경제연구부장, 재정경제부 장관자문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거시경제통’이다. 그동안 수차례 한은과 각을 세웠던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로, 외환위기 당시 한은을 직접 찾아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은이 추천한 이일형 원장은 20년 넘게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중국 지린(吉林)대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국제경제 전문가다. 그는 줄곧 추가 금리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는 견해를 밝혀왔다.
금융위 추천을 받은 고승범 위원은 행정고시 28회로 재무부 국제금융국,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을 거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성장을 중시하는 관료의 성향이 통화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상의가 추천한 신인석 원장은 KDI 연구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증권거래소 시장감시위원 등을 거쳤다.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이력을 고려하면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신 원장은 최근 “현재 경제성장률과 물가를 보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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