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투자 도우미 ‘IFA’ 곧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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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도 자산관리 받게 문턱 낮춰… 온라인 자문허용 등 규제 대폭완화

직장인 김모 씨(38)는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되돌아왔다. 금융회사가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 알아서 관리해준다는 ‘일임형’ 상품은 아직 판매되지 않은 데다 직접 계좌에 담을 금융상품을 정하는 ‘신탁형’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적금 위주로만 자산을 관리해 왔던 ‘투자 초보’ 김 씨로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은 복잡한 수학문제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비과세 혜택이 있다고 해서 투자를 시작해 보려고 했는데 골치가 아프더라고요. 은행원이 펀드상품을 권하는데 크게 신뢰가 가지 않고요.”

이런 김 씨의 고민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ISA의 판매로 급증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독립 투자자문업자(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를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자문업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IFA란 금융회사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전문적인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 도우미’다. 금융당국은 IFA를 도입해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의 재산 불리기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산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된 지 오래다. 미국의 온라인 자문사 웰스프론트는 투자금이 5000달러 이상이면 0.25%의 자문료를 받고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같은 자산관리 서비스는 수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VIP 고객이나 1.5%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랩어카운트 소비자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투자수익을 찾는 수요가 늘고 ISA처럼 투자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금융상품이 늘어나는데 투자자들을 도와줄 ‘가이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출시 3일 동안 51만여 명이 ISA 계좌를 만들었지만 1인당 투자금액은 42만 원에 불과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팀장은 “절세 효과를 누리고자 가입은 했으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는 드물었다는 얘기”라며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FA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이 자문서비스를 통해 ISA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쏠렸다가 무더기로 피해를 보는 ‘투자 잔혹사’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FA는 자문서비스만 제공할 뿐 직접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는 없다. IFA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면 고객이 온라인 판매채널이나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IFA와 협력관계를 맺은 금융회사를 찾아 IFA를 추천받고 자문 내용대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대면(對面)으로만 자문계약을 맺을 수 있던 규제를 풀고 온라인 자문계약도 허용해 온라인 IFA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자문인력을 갖추지 않아도 자문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IFA에 대해서는 자기자본금 등 진입 장벽을 기존 자문업보다 낮춰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금융상품 전반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IFA의 자문범위도 최대한 확대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FA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독립투자자문업자(IFA) ::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투자 가이드를 제공하는 자문업자.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만능통장#ifa#온라인 자문#은행#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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