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또 졸속으로 늘리나” vs “빗장 풀어 파이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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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 공청회’서 설전

지난해 면세점 신규 허가를 받은 업체 대표들이 16일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권희석 SM면세점 회장, 성영목 신세계DF 사장,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해 면세점 신규 허가를 받은 업체 대표들이 16일 서울지방조달청 대강당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권희석 SM면세점 회장, 성영목 신세계DF 사장,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시내 면세점을 늘리고 현행 5년인 허가 기간의 연장 및 갱신을 검토하면서 지난해의 ‘면세점 대전(大戰)’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호텔신라, 한화 등 지난해 새로 허가를 받은 신규 사업자들은 경쟁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움직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반발하고 있다. 롯데, SK 등 올해 면세점 면허를 내줘야 하는 업체들은 지금이라도 정부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추진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발제에 나선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향후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대한 면세점 산업의 기여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며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면세점 이용자 및 매출액의 급증 추세를 감안할 때 신규 특허 추가 부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면세점을 늘려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다.

현행 규정은 광역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늘거나 시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 및 이용자의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일 때 신규 허가가 가능하다. 최 연구위원은 “서울 지역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2014년 기준으로 157만 명이 늘어 방문자 수에 대한 특허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공개한 자료집에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88만 명 늘었다”고 밝혔지만,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확정치 자료가 있는 2014년 통계로 수정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면세점 허가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1회에 한해 갱신을 허용해 20년의 운영 기간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최 연구위원은 “특허 기간 연장과 갱신은 기존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므로 현행 기업에 대해서도 소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탈락한 롯데, SK에 부활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달 말 확정되는 면세점 개선 대책에 이 내용들이 포함될 경우 신규 면세점 선정 및 탈락 업체에 대한 구제 절차 등이 이어져 면세점 면허 확보를 둘러싼 업체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부터 특허권을 받아 면세점 사업을 하는 현행 제도 대신 요건을 갖춘 업체라면 누구든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신고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 견해 엇갈리는 면세점 업계

면세점 업계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무엇보다 지난해 면허를 새로 받은 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성영목 신세계DF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권희석 SM면세점 회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등 신규 면세점 업체 대표 5명은 공청회장을 나란히 방문해 공동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양창훈 대표는 “면세점 정책을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번에 또 (졸속 행정을) 반복하게 됐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황용득 사장도 “면세 사업권을 얻지 못한 롯데와 SK가 감정에 호소하면서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고 하니 새로 시작한 업체들의 노력보다 탈락 업체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반면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업체들은 “정부 규제가 면세점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수 SK네트웍스 상무는 “정부는 허가권으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시장 문을 열어 자유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국가의 허가권 남용으로 영업을 잘하고 있는 유통업체에 사업권을 줬다가 빼앗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권 환원을 주장했다.

이런 견해 차이로 업체 간 공방이 공청회장에서 날카롭게 오갔다. 권희석 회장이 “2월에 문을 연 뒤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추가 방안에 반대하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들어선 서울 송파구 구의회 관계자는 “브랜드 유치도 못할 면세점에 특허를 왜 주었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해 공청회장이 한동안 술렁였다. 공청회가 끝난 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 탓에 어떤 방안을 내놔도 유통업계의 투자와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 내긴 어려워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손가인 기자
#면세점#제도개선#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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