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도록… 고심뿐인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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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온라인 의견수렴 했지만… 방송-통신 결합 결론 못내려
비난화살 부담에 눈치보기만

‘솔로몬의 지혜’ 나올지, ‘장고 끝에 악수’ 둘지….

SK텔레콤의 인수합병(M&A)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결정 권한을 가진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SK텔레콤이 정부에 CJ헬로비전과의 기업결합 및 합병 인가를 신청한 이후 10일로 100일을 맞았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기간에 두 차례 공청회와 온라인을 통한 의견수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방송과 통신의 이종산업 간 결합은 처음이라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통신 분야의 결합은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만 검토하면 되지만 방송이 포함되면서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IPTV법)까지 살펴야 한다. 여기에 방송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 역시 부담이다.

최종 결정 권한은 미래부가 갖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도 구해야 한다. 공정위와 방통위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M&A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은 같은 시장에서 이뤄지는 수평결합과 원재료 수급 관계인 수직결합,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혼합결합 등의 형태를 모두 가지고 있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SK텔레콤의 투자 계획이 기존 운영비를 단순 합산한 것이 아니라 M&A에 따른 추가적인 투자여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CJ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율을 기존 50%에서 90%로 늘리겠다”며 기존 가입자들의 셋톱박스 설치비용을 투자로 합산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지금도 셋톱박스만 달면 디지털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셋톱박스 전환비용을 M&A에 따른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만약 M&A가 이뤄지더라도 투자 계획을 기존처럼 ‘성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한다’는 애매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계획을 적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래야 합병회사가 책임지고 계획을 이행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래부는 통신과 방송 분야에서 각각 자문위원과 심사위원을 추천받고 있다. 하지만 학계의 전문가들도 이번 M&A에서 의견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부의 최종안을 방통위에 보내 사전 동의를 구하는 데만 30여 일이 소요되는 만큼 최종 결정 시기를 언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cj헬로비전#skt#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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