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룡 기자의 현장通] 빛 좋은 개살구, '테라스 하우스' 실제 살아보니…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9월 19일 08시 00분


코멘트
테라스 하우스의 현실은 광고속의 상상과는 다르다.
테라스 하우스의 현실은 광고속의 상상과는 다르다.

테라스 하우스의 허와 실, 고분양가 논란 속 건설사만 배불려…

# 왜 테라스 하우스를 분양 받나?

아파트 테라스에 정원을 꾸며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고 지인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는 상상을 청약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테라스 하우스를 분양받는 이유는 아파트의 장점과 테라스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광고를 보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말소리나 고기 굽는 연기 때문에 층간 민원이 발생하고, 화단에서는 벌레가 꼬여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두 번 불편함을 겪다보면 결국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걸어닫을 수 밖에 없다. 비싸게 분양받은 테라스 하우스가 그냥 ‘넓은 베란다’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수도권 테라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모 씨(38)는 “테라스에서 고기를 구우면 윗집이 연기로 가득 차고, 떠드는 소리도 그대로 들려 싫어한다”면서 “여유로운 삶을 꿈꿔 1억 원이나 더 주고 분양받았는데 솔직히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비탈진 경사면에 지어지는 테라스 하우스는 집 뒤쪽이 막혀있어 통풍이 잘 안되고 습기가 차 결로가 생기고 환기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부와 접하는 면적이 적어 일조량이 부족하거나,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냉난방비가 많이 들기도 한다.

아파트와 비교해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하고 단지 면적 대비 세대수가 작아 관리비가 높다. 또한 방범 및 사생활 침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테라스 하우스는 아파트 대비 여러 가지 단점이 있고, 특히 수요층이 제한적이라 환금성이 떨어진다”면서 “일반 아파트와 달리 테라스 하우스를 구입하려면 따져봐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 왜 테라스 하우스를 짓나?…건설사, 시행사 폭리 의심
반면 건설사나 시행사에게 테라스 하우스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막대한 이익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테라스라는 특수상품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광교와 청라의 테라스 하우스는 주변 아파트 단지보다 평균 10~20% 높은 가격으로 분양을 성공리에 마쳤다.

테라스 하우스는 아파트 용지보다 저렴한 연립주택 용지를 사서 1년가량의 짧은 기간 내 공사를 마칠 수 있다. 투입되는 비용은 적지만 분양가는 오히려 아파트보다 높다. 건설사의 폭리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특히 최종 잔금을 내고 입주를 해야 사업 소득이 생기는 시행사는 수금이 빨라져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 3월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의 입주예정일은 2016년 3월로 공사기간이 1년에 불과했다.

최근 택지지구 내 공공주택용지 부족으로 저렴한 연립주택 용지 공급이 늘어 당분간 테라스하우스의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입지적 단점에도 높은 가격으로 분양된 테라스 하우스
-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최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웰빙타운’ 외곽에 들어서는 메이저 브랜드 테라스 하우스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분양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평균 20대1의 경쟁률로 나흘 만에 계약 완료됐고, 지난달 분양한 GS건설의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는 평균 53.8대 1의 경쟁률로 현재 계약을 진행 중이다.

두 현장 모두 입주 3~4년차 광교웰빙타운 중심지 아파트 대비 약 1억 원 정도 비싼 가격으로 분양됐다. 하지만 광교웰빙타운에 거주하는 많은 입주민들은 두 현장 위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테라스 하우스는 광교웰빙타운 중심에서 산 쪽으로 한참 올라간 곳에 들어서 중심상업시설 및 전철역까지 거리가 멀다. 특히 각 단지 산 위 끝 단지는 매우 멀어 도보 이동은 어렵다.
두 테라스 하우스는 광교웰빙타운 중심에서 산 쪽으로 한참 올라간 곳에 들어서 중심상업시설 및 전철역까지 거리가 멀다. 특히 각 단지 산 위 끝 단지는 매우 멀어 도보 이동은 어렵다.
입주 3년차 ‘광교e편한세상2차’에 사는 윤모 씨(40)는 “최근 분양한 두 테라스 하우스는 광교의 중심지와 멀어 불편하지만 비싸게 분양돼 이상했다. 특히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가 들어서는 곳은 광교웰빙타운 서쪽 굴다리 너머 광교터널 부근으로 미세 먼지와 소음이 심한 지역이다”며 “굴다리 지나 바로 있는 광교대광로제비앙에는 입주 후 2~3년이 지난 현재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을 만큼 지역 주민들이 꺼려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GS건설의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 사업지 및 단지 입구 근처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광교 터널
GS건설의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 사업지 및 단지 입구 근처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광교 터널
광교대광로제비앙은 연립주택 용지에 지은 5층짜리 아파트로 테라스는 없지만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에 비해 1억~1억5000만 원가량 싸다. 하지만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보다 입지 조건이 좋다.

광교대광로제비앙 분양 관계자는 “광교웰빙타운 중심상업지, 지하철과의 거리, 광교 터널 방음벽 설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대광이 자이보다 좋은 위치”라며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가 열악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에 분양해 광교대광로제비앙 미분양 세대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광교대광로제비앙, 평당 1300만 원대 미분양 현수막이 눈에 띈다.
광교대광로제비앙, 평당 1300만 원대 미분양 현수막이 눈에 띈다.

- 청라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지난 5월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도 청라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했지만, 같은 시기에 분양한 청라제일풍경채2차에듀&파크, 청라IC대광로제비앙보다 수천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분양했다.
GS건설의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 위치도
GS건설의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 위치도
또한 지난 6월 분양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도 외진 입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테라스를 앞세워 광교산자이, 레이크포레수지, e편한세상수지 등과 비슷한 가격으로 분양 중이다.
한양의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위치도
한양의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위치도
# 일반 아파트 단지에선 저층 테라스로 분양가 높여…
일반 아파트의 저층 일부를 테라스 하우스로 설계한 단지도 있다. 테라스 세대가 단지 안에 몇 가구밖에 없는 희소가치로 일반아파트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지난 3월 분양된 반도건설의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3차’는 1~2층을 테라스 하우스로 꾸며 기준층보다 비싸게 분양했다. 전매 제한 단지인 이 아파트 테라스 세대의 프리미엄은 테라스가 없는 세대에 비해 4000만 원정도 높다. 이는 같은 단지 아파트에서도 인기 없는 저층에 테라스를 넣고 분양가를 높여 가격 거품이 형성된 것.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테라스 아파트의 가치가 과대평가되면서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며 “합리적인 공급가격을 제시하고, 앞서 분양한 단지에서 노출됐던 환기나 구조적 문제, 입지적 단점 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
반도건설의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3차' 1~2층 테라스 세대
반도건설의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3차' 1~2층 테라스 세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