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폰 파는 카드사들

  • 동아일보

부수업무 규제 풀려 새수익원 발굴… 서점-휴대전화 판매점 등 추진
LED조명 교체사업에 나선 곳도… 일부영역, 기존 사업자 반발 우려

현대카드가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운영 중인 음악 전문 도서관 및 공연장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의 모습.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운영 중인 음악 전문 도서관 및 공연장 ‘뮤직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의 모습.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책을 팔고, KB국민카드는 이동통신 대리점을 열어 휴대전화를 판매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카드사들이 새로 벌일 사업들이다. 올해 5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카드사의 부수업무 규정이 금지된 몇 가지 사업 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네거티브제’로 바뀌면서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 카드사는 여행업과 통신판매, 보험대리업 등만 부수업무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서점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디자인과 여행, 음악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도서관을 잇달아 개관하며 전문 서적 분야에 경험을 쌓은 만큼 희귀서적을 모아 디자인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서점을 차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수익 모델이라기보다는 기존에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해온 문화 마케팅의 연장선”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사업을 한다면 기존 서점과 제휴 형태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카드는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이동통신 대리점 사업을 준비 중이다. 국민카드는 한 달 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리점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 대리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카드사 제휴 혜택 및 관련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아파트 발광다이오드(LED) 교체 사업을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조명시설을 LED로 교체할 때 초기 설치비용을 삼성카드가 부담하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삼성카드가 교체비용을 환수할 때까지 매월 전기요금 절감분만큼 카드로 납부하면 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사업은 없지만 사내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BC카드는 아파트 관리비 전자고지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입주민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송부하고 자동으로 납부 처리하는 사업이다. BC카드 관계자는 “전자고지결제업을 포함해 다양한 신사업 아이템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부수업무를 적극 찾고 있는 것은 기존 지급결제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소액카드 결제가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도 거세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다만 카드사들로서는 새로 진출하는 영역의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할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기존 서점 사업자들이 반발하면서 기존 서점과 제휴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카드사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본업인 지급결제 사업을 소홀히 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