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도시가스요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국제유가보다 몇 달 늦게 움직이는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올라 9월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기름값은 떨어지는데 왜 가스비만 올리나”라는 오해를 살까 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유가 하락 시기에 도시가스 요금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이유는 원유 현물 가격이 4개월가량 늦게 반영되는 구조 때문이다.
도시가스요금에서 LNG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이른다. 1998년부터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제유가 및 환율 등에 따라 달라지는 LNG 도입가격을 원료비에 반영하는 것은 홀수 달이다. 단, 지나치게 잦은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도입가격 변동 폭이 두 달 전과 비교해 3%를 넘지 않으면 조정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국제 계약 관행상 LNG 도입가격은 국제유가의 70∼80% 수준에 연동돼 결정되며 4개월가량 뒤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락하는 시기에는 유가와 가스가격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가 발생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1∼6월) 도시가스요금은 국제유가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두바이유 가격이 1월에는 배럴당 45.77달러였다가 6월에 60.84달러로 32.9% 올랐지만 도시가스요금(소매기준)은 1, 3, 5월 세 차례 인하돼 메가줄(MJ)당 21.7477원에서 16.5165원으로 24.1%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4개월 시차로 반영된 것이다.
같은 구조로 배럴당 63.02달러로 올해 정점을 찍은 5월 유가가 반영되는 9월에는 원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5월 이후 원-달러 환율도 꾸준히 올라 가격 인상 요인이 더 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요금은 대표적 공공요금 중 하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기 힘들다.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정부가 개입하면서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8∼2012년 정부는 공공요금을 동결하면서 연동제를 유보했다.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부담은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져 2012년까지 원료비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이 5조5400억 원이다.
가스공사 측은 요금이 정치논리로 결정될 경우 미수금이 계속 늘어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고, 경영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한다. 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달금리가 올라 나중에 요금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5월 유가가 반영돼 9월에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최근 유가 하락 추세를 볼 때 이후에는 다시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며 “앞으로 부채 감축 및 경영 효율화 노력도 계속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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