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자, 스팩”… 20억 모집에 5600억 몰려

  • 동아일보

초저금리시대 ‘틈새 재테크’ 각광

상장을 먼저 하고 나중에 인수할 기업을 찾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초저금리 시대의 틈새 재테크 대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10년 도입될 당시에는 부실회사의 ‘뒷문 상장’ 가능성 때문에 외면받았지만 최근에는 원금이 보장되는 데다 주가가 오를 경우 높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뒤 일주일 새 스팩 공모에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만 8000억 원에 가깝다. 지난해 말부터 성공적인 기업 합병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스팩들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이 19, 20일 ‘에스케이 제1호 기업인수목적회사(SK제1호스팩)’의 공모 청약을 실시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의 경쟁률은 282 대 1까지 치솟았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20억 원 모집에 5641억 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것이다.

이에 앞서 KB투자증권이 1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KB 제7호 기업인수목적회사(KB제7호스팩)’의 공모 청약에서도 개인의 경쟁률이 137 대 1이나 됐다. 16억 원 모집에 일반투자자의 증거금은 2189억 원이 들어왔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KB가 진행한 스팩 공모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라며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팩은 3년 안에 인수합병(M&A)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청산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원금은 물론이고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연 2%대의 이자 수익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스팩은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한국증권금융)에 맡겨 별도로 관리하는데 M&A에 실패하면 이 자금과 예치이자 등을 공모주주들에게 분배한다. KB제7호스팩도 3년 뒤 청산할 경우 원금과 연 2.5%의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바로 이런 점이 부각되면서 스팩이 틈새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여기다 최근 우량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한 뒤 주가가 공모가의 7∼8배 이상으로 치솟는 ‘스팩 대박’이 잇달아 터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2010년부터 선보인 초기 스팩들이 대부분 3년 안에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하고 청산된 것과 딴판이다.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한 뒤 콜마비앤에이치로 재상장된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20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2000원)의 9배에 가까운 1만7850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디에이치피코리아와 합병한 ‘하이스팩1호’ 또한 공모가(2000원)의 8배 수준인 1만5250원으로 급등했다. 연초 2200원대에 그쳤던 ‘우리스팩2호’는 아이돌 그룹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기로 하면서 3800원대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스팩은 상장 이후 본격적으로 M&A에 나서기 때문에 어떤 기업과 합병될지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우량기업 인수 경험이 많은 증권사를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최대 3년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여윳돈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

비상장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증권사가 설립한 서류상의 회사. 주식 공모로 자금을 모아 증시에 상장한 뒤 3년 내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청산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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