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SM5 D, 연비만 좋은 차로 남을까?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9월 20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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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모범생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학업이 우수하면서 자신만의 개성도 유감없이 발산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성적을 곧 잘 내는 소리 없이 강한 부류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신형 SM5 D는 후자에 가까웠다. 고연비에 초점이 맞춰진 신차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차량 퍼포먼스도 무난했다. 첨단 편의사양을 갖춘 차는 아니지만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는 아니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잇달아 디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들어 기존 승용세단에다가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엔진을 얹어 라인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프리미엄 수입차들이 국내 디젤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질 만도하다. 그런데 한발 늦은 감을 쉽사리 지워내기는 어렵다. 이제는 디젤을 넘어서 친환경차량이 큰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좋은 성능과 안전성, 그리고 효율까지 잘 갖춰진 모습이라면 시기는 중요치 않다.

르노삼성은 지난 7월 중형차의 겉모습을 유지하고 소형차급 심장을 단 SM5 디젤을 선보였다. 신형 SM5 디젤은 기존 크기를 유지하면서 엔진 배기량(1461㏄)은 SM3(1598㏄)보다 작다. 연비(16.5㎞/ℓ)는 경쟁 업체 하이브리드 모델과 맞먹는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한 번 주유로 1000㎞ 이상 달릴 수 있다.

이처럼 디젤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 효율성이다. SM5 디젤 연비는 겉보기엔 나무랄 데 없다. 이만하면 중형세단 치곤 훌륭한 편이다. 실제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스티커(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표시된 연비 16.5㎞/ℓ(도심 15.1㎞/ℓ·고속 18.7㎞/ℓ)를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 안고 차에 올랐다.

시승은 서울 서대문구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이용해 강원도 태백을 다녀오는 약 600㎞ 구간에서 진행됐다. 먼저 출퇴근 길(경기 안양~충정로 왕복 49㎞) 평균 연비는 1ℓ당 11㎞를 기록했다. 도심 공인연비(15.1㎞/ℓ)와 제법 차이가 났다. 신호가 잦고 차량 통행이 많은 상습 정체구간을 달린 결과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 평균 속도 15㎞/h 지점에서는 연비가 8㎞/ℓ 대까지 뚝 떨어졌다.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정지시키는 오토 ISG(Idle Stop&Go) 기능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이는 연비향상에 도움이 될 뿐 만 아니라 정차 시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시켜줘 특히 디젤차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계기판에 표시된 물방울 모양의 에코모드는 운전자의 운행습관을 체크해준다. 초록색이 붉은색으로 바뀌면 연비저하 요소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연비 측정과 함께 다양한 주행 성능을 시험해봤다. 안양을 출발해 영동고속도로(93.6km)와 중앙고속도로(37km), 나머지는 교통흐름이 원활한 지방 국도(70km)를 거쳐 강원도 태백까지 254km를 달렸다. 각 고속도로별 제한 속도를 유지한 결과 고속 공인 연비 18.7㎞/ℓ를 훌쩍 넘는 21.7㎞/ℓ를 기록했다. 경쟁업체 하이브리드 모델과 맞먹는 수치다. 이처럼 높은 연비는 르노의 1.5리터 직분사 디젤심장에 터보차저를 더한 dCi 엔진(110마력, 24.5㎏·m)과 독일 케트락사(GETRAG)의 6단 듀얼클러치(DCT)로 만들어냈다. 또한 이 엔진은 소음을 최소화해 차량 내부를 조용하게 해줬다.

다운사이징 엔진이지만 성능 저하는 경험할 수 없었다. 디젤의 강점인 토크가 받쳐줘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대로 속도계가 반응했다. 급가속을 하면 엔진음이 평소보다 커지지만, 가속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는 터보랙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에서 엔진회전 수는 2100rpm을 넘지 않아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대는 공조버튼이 연결되지 않았고 방향 조절만 가능했다. 핸들의 딱딱하고 거친 마찰감은 불편했다.

르노삼성 라인업에 가장 늦게 합류한 SM5 D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운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 담고 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공조버튼 배치가 간결하고 단순했다. 다만 계기판이 최근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좌석도 경쟁차량에 비해 좁아 평균체형 이상의 운전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편의사양을 최소화한 덕에 국산 가솔린 중형세단에 근접한 가격대를 만들었다. SM5 D 스페셜 모델 가격은 2695만 원. 기본형은 2580만 원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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